코로나 시대의 환경지킴이
코로나 시대의 환경지킴이
  • 장아름 청주시 도로시설과 주무관
  • 승인 2021.07.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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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장아름 청주시 도로시설과 주무관
장아름 청주시 도로시설과 주무관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한 축구 선수의 자녀가 음식점에 직접 냄비와 반찬통을 들고 가 음식을 포장해 오는 장면을 보았다. 하필 그때 나는 커피 전문점에서 일회용 컵으로 테이크 아웃을 한 커피를 마시고 있던 터라 어른으로서 참 머쓱한 기분을 느꼈다.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그러한 환경에 처하게 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회용품을 찾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최근 우리 가족은 외출할 때 마트에 갈 일이 없어도 장바구니와 반찬통, 텀블러 등을 꼭 하나씩 챙기고 집을 나선다. 처음에는 왠지 모르게 궁상맞은 것 같기도, 너무 유난 떠는 것 같기도 해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금 부끄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반찬통을 들고 방문한 디저트 카페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에그타르트를 담아 들고나가는 손님과 마주치게 되었다. 마치 타지에서 아는 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기분이 들면서 `아, 내가 하는 이 행동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기쁜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이후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배달음식 용기, 택배 박스 등 각종 쓰레기들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각종 환경오염 뉴스에 대한 경각심도 이제는 희미해지고 있다. 오늘 아침 출근길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 한 잔을 들고 하루를 시작하는 직장인으로서 침대에 눕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과 쓰레기들을 사용, 배출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때가 왔다.

사실 일회용품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일단 일회용품을 줄이려면 몸이 부지런해야 한다. 가령, 카페에 갈 때는 세척을 한 머그컵을 챙겨야 하고 다 먹은 뒤에는 설거지까지 해야 한다. 분리수거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각종 쓰레기에 붙어 있는 라벨을 깨끗이 떼어내고 불순물을 헹궈 분리수거 되지 않는 부분들은 따로 제거하고 버린다. 편하자고 쓰는 일회용품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이렇게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내가 하루 동안 쓰고 버린 각종 쓰레기가 땅에 매립 혹은 소각을 거쳐 미세먼지로 변해 일주일 내내 내 몸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이것 참 손해 보는 장사 아닌가.

참, 어느덧 내가 이만큼 나이가 들어서 미래의 후손들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자는 말을 나서서 하게 되다니. 하지만 건강한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땅에 묻힌 쓰레기가 흐르고 흘러 우리 식탁의 농수산물에 스며들고, 활활 태운 쓰레기가 미세먼지가 되어 내 몸속으로 다시 되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겪어오지 않았는가.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정겨운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 이 땅에 먼저 태어나 사용한 호사를 누린 만큼 이제 의무를 다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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