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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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0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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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과 지구온난화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1993년 존 터들 롭 감독이 만든 영화 쿨 러닝(Cool Running)은 '활강경기주자(Downhill Racer, 1969년, 감독 마이클 리치)', '은반위의 기적(Miracle on Ice, 1981년, 감독 스티븐 힐라드 스틴)과 함께 보드 드문 동계 올림픽 소재 영화다.

상하(常夏)의 나라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동계 올림픽 출전을 다룬 코미디 영화인 쿨 러닝은 겨울 스포츠와는 쉽사리 어울리지 않는 흑인과 무더운 나라라는 기후적 조건에 따른 훈련의 어려움, 단거리 달리기라는 하계올림픽 종목에서 탈락된 선수 중심 팀구성 등의 아이러니가 겹친 영화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해당 선수들의 당초 도전이 같은 해 열렸던 88서울올림픽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우리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세계적으로 눈이 내리는 한계는 평지에서는 남북 양반구 모두 위도 35로 알려져 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염원해 왔던 평창은 북위 38언저리에 위치해 있다. 북위 43에 위치한 경쟁도시 러시아의 소치에 비해 낮은 위도이지만 평창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Happy 700'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인간이 가장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해발고도가 장점이다. 마치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 있는 킬리만자로산 만년설의 웅장한 아름다움과 같다.

기후는 올림픽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눈과 얼음이 반드시 필요한 동계 올림픽에서 기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전지구적 위기로 대두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영원히 꺼지지 않아야 할 올림픽 성화의 불꽃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남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 가운데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는(IPCC)가 참조한 기후모델에서는 1990년에서 2100년 사이에 지구의 표면온도가 1.1∼6.4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은 지난 100년 사이 지구 표면온도 상승이 0.74±0.18에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가속도가 실려 있는 셈이다.

더욱이 올 초 일본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동해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주변의 바다 수온 상승이 지난 100년간의 세계 평균인 0.7의 2배가량인 1.2∼1.6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자연 생태계의 교란이 심각하다.

평지를 기준으로 눈이 내릴 수 있는 위도를 갓 넘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은 냉전시대의 상징이던 38선의 한계적 상황을 극복하면서 인류공존의 평화를 지향한다.

오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준비를 하면서 평창이 펼쳤던 '드림 프로그램'은 이 같은 영원한 평화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다.

눈이 없는 나라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겨울 스포츠 체험은 말 그대로 기회의 균등 제공을 통한 동질성의 확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런 동질성의 추구야말로 냉전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면서, 서로가 하나의 이웃사촌이 되는 지구마을의 표본이 될 것이다.

비록 지금 우리가 두바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과학과 기술의 놀라운 진보가 실현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나 인공은 자연에 비해 작위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 쿨 러닝의 감동은 인간의 도전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또 그 도전정신은 북위 38의 상징성을 토대로 인류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평창의 피땀어린 노력과 맞닿아 있다.

비록 두 번의 도전이 무산됐지만 평창의 투지는 세상의 모든 냉전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또 세상의 모든 반목과 갈등을 씻어버리는 장엄한 역사로 다시 쓰여질 것이다.

그리하여 온난화는 멈추고 오히려 인류의 마음은 훈훈해지는 생명과 평화가 평창에서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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