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호갱' 통념을 깨트리자
명품 `호갱' 통념을 깨트리자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6.24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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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대한민국의 명품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명품 백' 하나 갖는게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명품은 이제 패션과 부의 상징이 됐다. 명품을 사기 위해 매장 개장 전부터 구매자들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에르메스·샤넬·루이뷔통 등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가 국내 판매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에루샤 브랜드 제품은 프랑스 현지보다 평균 20%가량 가격이 높지만 최근 1.5년간 평균 4차례 가격을 올렸다.

샤넬의 경우 세계 15개 국가에서 지난해 평균 17%의 가격을 인상했다. 호주가 35%로 인상률이 가장 높았고 2위가 28%의 한국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가격을 7%나 내렸다. 에르메스나 루이뷔통도 마찬가지다. 작년 국내에서 루이뷔통이 7번, 에르메스가 2번 가격을 올렸다.

유독 국내에서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에루샤는 매년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작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10곳의 국내 매출 합계액이 약 4조9155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6911억원으로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이렇게 번 돈은 자국의 본사로 송금하고 있다.

해외 명품 업체들이 한국에서 가격을 자주 올리는 것은 코로나 펜데믹 여파에 따른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 영향 때문이다. 소비문화가 성숙한 유럽과 미국은 경기가 나쁘면 명품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 오히려 비쌀수록 잘 팔린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다루기 쉬운 고객인 셈이다.

공급량 조절을 통한 리스크 관리도 명품 업체들이 주로 쓰는 전략이다. 즉 수요가 늘어도 공급량을 예년 수준으로 맞추면서 명품의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일부 중고 제품이 신제품보다 가격이 높은 `샤넬 재태크'도 그래서 가능하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비싸게 명품을 구입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해 명품 구매 시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남들이 사면 따라 사는 성향이 강하다. 코로나19로 억눌렀던 쇼핑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 소비경향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비 행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백화점 명품 매출은 작년 3월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대비 매달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다른 대부분의 패션업계는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명품 가격은 매년 오르지만 구매 연령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이제 MZ세대가 핵심 구매층이 됐다. 과거 젊은 세대는 고가의 물건은 내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원하는 것을 사고 싶은 욕구를 그대로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명품은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싶고 많아도 더욱 욕심이 생기는 물건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명품, 형편에 맞지 않게 무리해 구매하는 행동이 “한국은 가격이 비쌀수록 소비가 늘어난다” 는 기이한 현상을 만든 것은 문제다. 이러한 현상이 해외 명품 업체들의 마케팅에 유용하게 사용되면서 한국이 호갱(호구 고객)소리를 듣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명품 구매 욕구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명품 업체들이 뻣뻣하게 구는 이유인 한국에선 가격을 올리면 더 잘 팔린다는 통념이 이제 깨졌으면 한다. 성숙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자존감을 명품을 통해 느끼려는 소비문화가 정착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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