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데스크 주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05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회균등할당 전형' 일단 시행을…
권 혁 두부국장(영동)

전교생이 181명에 불과한 영동군 황간면 남성리 황간고등학교에서 올해 개교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전소영양(20)이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합격한 것이다. 전양의 서울대 합격은 면 전체가 들썩일 정도의 일대 사건이었다. 동문회는 전양이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전액을 부담하기로 하고 기수별로 모금에 나섰다. 최근에는 대구에서 사업을 하는 이 학교의 한 동문이 전양의 장학금으로 2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전양은 학생부 평가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제도에 따라 꿈을 이뤘다. 학교 공부에 충실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줘 지역과 부모의 재력 등에 따라 학생의 성적이 좌우되는 교육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제도다. 전양의 경우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수석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학교 공부에 전념했다고 한다. 그같은 노력이 최상의 학생부를 만들어냈고, 서울대 합격이라는 결실을 일궈냈다.

전양은 일찌감치 지역균형선발제를 통한 서울대 합격을 목표로 정하고, 자정이 넘을 때까지 학교에 남아 담임교사의 지도를 받아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사교육시설이라고는 전무한 농촌마을에서 전양이 의지할 곳은 학교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양처럼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서울대 꿈을 키우는 학생들에게 지역균형선발제도는 유일한 등대이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전양의 서울대 합격은 녹록잖았을 것이고, 황간고의 서울대 합격생 배출도 요원했을지 모른다.

정부가 이른바 '기회균등할당전형'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되는 모양이다. 2009학년도부터 대입정원의 11%인 6만 4000명을 기회균등할당제(정원외)로 뽑겠다는 것인데, 농어촌, 전문계고교 등 기존의 특별전형 대상에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등의 학생들까지 포함시켜 이들에게 대학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개천에서도 용이 나와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함축하는 제도라고 할 수있다.

정시모집에 비해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수학능력 이상의 대학에 진학할 경우 오히려 고통만 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자식들은 역차별 받는 것 아니냐는 항변도 나온다. 저소득층 자녀의 입학을 도울 것이 아니라, 대학에 합격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해 무사히 졸업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견도 대두된다. 일리있는 지적들이지만 제도의 개선과 보완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제도의 미비점을 들어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한 중앙일간지가 '가난한 인재 욕보이는 나라'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이 제도를 비판했다. 기회균등할당전형이 가난하지만 똑똑한 전국의 고교생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욕을 보인다는 얘기다. 성적이 떨어지는데도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에 합격시키면 가난한 학생들에게 상처만 준다는 글귀도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혜 대상인 가난한 학생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음에도 이 제도가 나온 것은 그만큼 소득불균형이 심각해졌고, 그에 따라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기회불평등도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배경과 실상을 외면한 채 제도 자체만을 평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칼럼은 뉴욕의 할렘에서 태어나 기난한 학생들이 저렴한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뉴욕시립대를 졸업하고 스스로의 노력과 실력으로 국무장관까지 올랐던 콜린 파월을 사회적 배려나 도움 없이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로 인용했다. 파월은 가난했지만 아들 교육에 열성적인 든든한 부모가 있었고,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빈자(貧者)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뉴욕시립대라는 탈출구가 있었다. 끔찍한 가난에 짓눌린 채 공부하는, 그래서 제도적 배려만이 유일한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파월의 성공담은 공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