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자연은 돌이킬 수 없다
훼손된 자연은 돌이킬 수 없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6.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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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단양군이 때아닌 터널 신설 문제로 지역주민들과 갈등 양상을 벌어지고 있다. 충청북도가 단양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하선암 주변에 1㎞에 이르는 터널 신설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240억 원을 투입해 터널을 신설하겠다는 충북도는 물길을 따라 U자로 돌아가는 도로를 일직선 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선암 주변 국도가 구불구불하고, 대형 차들의 과속으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이유다. 도는 이곳에 터널을 조성하고자 현재 지반조사 용역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터널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업 대비 예산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다. 10년 전에도 위험구간으로 분류해 도로폭을 넓히는 공사가 진행된 것을 고려한다면, 수백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터널 조성은 예산낭비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100미터 터널 건립에 24억 원 가량이 들어가는 터널을 만들어도 차량으로 2분 정도 밖에 거리가 단축되지 않아 투자 대비 실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터널 조성 문제를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빠른 도로를 선택할 것인가, 자연경관을 선택할 것인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장·단점은 있다. 직선의 길은 사고 위험률을 낮출 수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도시인들의 감성을 자극하지만 약간의 불편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편리와 불리에 따라 개발이 결정되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다. 끊임없는 개발과 기술의 발전으로 지구위기 시대를 자초한 사람들은 온난화로 기후변화의 역습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 자연환경은 모두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음을 경험했다. 지구촌 곳곳에 불시에 나타나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는 고도의 과학기술로는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체득하게 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뉴노멀 시대라지만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다른 방식의 활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누누이 듣고 아는 말이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이다. 파헤치긴 쉬워도 비슷한 복원조차 수백 년의 시간이 요구된다. 자연은 수천 년, 수만 년을 지나오면서 누적된 현재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단양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단양팔경은 자연이 아름다운 명소란 의미로 명사화될 정도다. 터널을 조성하겠다는 하선암은 단양팔경 중 3경으로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맑고 깨끗한 청정계곡으로 알려진 곳이다. 천혜의 자연을 보려고 전국에서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단양인데, 수려한 자연경관을 훼손하면서까지 터널 공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역 주민들이 터널 조성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자연을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삶도 간과할 수 없다. 2010년 충북도로관리사업소가 단양 지역의 도로에 낙석방지망을 설치할 때도 문화유산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 반대하기도 했던 주민들이다. 삶의 터전이 훼손되지 않고 아름답게 보전되길 바라는 주민들의 요구만큼 타당한 것은 없다.

충북도는 터널 조성이 지역 관광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자연을 보기 위해 찾는 많은 사람이 오히려 외면할 소지가 더 크다. 터널 조성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결정은 지역 주민들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모두가 장기적인 안목과 심도있는 논의로 충북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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