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중조차 2
해중조차 2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1.06.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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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산속 절구질 소리에 깜짝 놀란 졸린 눈
초암 추녀 끝 해가 참 길구나!
발을 걷어 제비를 쫓으니
진흙을 떨어뜨려 경상을 어지럽히네.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 초입의 수백 년을 넘은 느티나무도 초록이 짙어갑니다.

이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무문관 제8칙 해중조차 2입니다.

이 공안은 월암 대사가 대중을 모아놓고 해중이 만든 수레의 축을 뽑아 해체해 버렸다는 일화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짜증과 실망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한 직장에서 승진을 바라는 사람이 승진이 되지 않게 되면 불만과 불평을 일으켜서 결국에는 직장을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선(禪)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돈벌이를 하되 그에 얽매이지는 말고 자연스럽게 열중하되 꾸준히 목표를 향해 지향해 나아 간다는 것이지요.

또한 터무니없이 불가능한 고관대작을 바라지도 말고 자신의 맡은 일을 꾸준히 수행해 내면서 노력해 간다면 그는 자연스럽게 승급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그 일이 꼭 되어야만 한다는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충실하게 된다면 이 사람은 비로소 자유로운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얽매이게 되면 광활한 이 세상도 바늘구멍조차 꽂을 수 없는 작은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나 그것에 얽매이지 않으면 바늘구멍조차도 자유롭고 광활한 세상으로 드나들 수가 있다는 말이지요.

과연 해중은 무엇을 밝히려 하였을까요?

그런데 이것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이것은 망상이라는 말입니다. 눈을 뜨고 눈을 찾으니 누구를 탓할까?

우리는 모래에서 금을 찾아내 듯 찾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얻는 것에만 이미 익숙해져 있습니다. 손에 쥐어야만 안심이 되고 자신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족하고 만족하지 못해 무엇인가에 자꾸만 의지처를 찾아야만 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마치 매일 먹는 밥처럼 우리는 습관적으로 타성에 젖어 당연하게 살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손에 무엇을 쥐었다 하면 그 손은 더 이상 못 쓰게 되는 것처럼 다른 어떤 것 한 개라도 쥐고 있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말은 간단명료하게 쥐고 있는 것이 없이 집착이나 욕심 등의 가짜 나를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이를 실제로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이 가짜의 나라는 게 발동하여 항상 시비분별에 휘말리게 되고 타인과 비교되는 빈곤감으로 매우 괴로워지게 되는데요. 이러한 느낌들에 대해 스스로 돌이켜 보면 일단 마음은 불편해지고 명확해지지 않게 되어버리는 것이니 부디 가짜의 나를 내려놓으시고 자유로워지시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제8칙 해중조차 3을 살펴보도록 하고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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