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하고 살기
값하고 살기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6.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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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권력과 완장이 대접받는 세상.

서푼 짜리 완장을 천금처럼 써먹어도 내 사람이면 눈감아주는 세상.

그럼에도 서민들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언젠가는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고 산다.

인내는 써도 열매는 달다는 데 언제 먹을지 모를 그 열매를 위해 우리는 밥값, 이름값, 나잇값, 얼굴값, 사람값 하며 살려 버둥댄다. 그러나 어디 세상살이가 만만한가.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가 취임 한 달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회를 털어놨다. 취임 당시 밥값 하는 총리가 되겠다던 김 총리는 “제가 늘 밥값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씀드리곤 했는데 요즘 밥값 하기 참 쉽지 않다”며 “국무총리직의 무게감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와 힘이 되어 드려야 하는데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고뇌가 크다”며“여느 공직자처럼 국민이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함께 우는 늘 국민 속에 있는 총리가 되고 싶다”고 토로했다.

정치인이 밥값만 하면 국민의 삶이 그리 고되지 않을 터이다.

국민이 밥줄을 걱정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인이 밥값을 못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4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동향'을 보면 2030세대의 임금 근로 일자리가 약 9만개(20대 이하 2만3000개, 30대 6만8000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 중 21.2%를 차지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가장 많은 6만6000개가 줄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도 5만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가장 왕성하게 일할 나이인 2030세대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 할 곳이 없다. 직장이 있으면 행복할까?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에 직장인들은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꾸지 못한다. 콩나물 값이라도 아껴서 집 샀다는 얘기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다.

팍팍한 삶 속에서 어찌 행복감을 느낄까.

세계 10위를 자랑하는 경제 대국이면서도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유엔(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1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이었다.

이는 전체 조사 대상 149개국 중 62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비교 대상을 OECD 37개 회원국으로 한정해도 한국의 행복지수는 35위다. OECD 회원국 중 국가 행복지수 순위가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7.84점)다. 핀란드는 학벌, 직업의 귀천, 입시경쟁이 없는 일명 3무의 나라다.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 데 우리나라 정치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2018 한국 직업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영향력이 높은 직업 2위, 평균소득(연봉)이 많은 직업 2위(1억4052만원), 초임 연봉이 많은 직업 1위(1억4052만원)를 차지했다.

희한한 일은 정치인의 영향력이 대단하고 연봉도 억대를 자랑하는 데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장래 희망직업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0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보면 장래희망직업 1위는 초등학생은 운동선수,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교사를 꼽았다. 희망직업 상위 20위 안에는 국회의원이 없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수십 명의 정치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이름값을 했으면 좋으련만. 이 또한 희망고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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