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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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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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국장이 무슨 일을 할때는
김 승 환 <복지여성국장공대위 공동대표>

이렇게 말하는 분이 있었다. '앞으로 김양희 전 국장이 무슨 일을 하게 되면 시민단체가 나서서 지원합시다.' 모두들 반대하지 않았다. 시민민중운동의 원칙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급박했던 며칠이 지나고 복지여성국장공대위도 해산한 후 충북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에서의 일이다. 시민단체와 지방정부가 인사문제로 치열한 접전을 벌인 이 사안은 극단적 파국이 없이 6개월의 치열한 전투는 끝이났다. 아니 여전히 개방형 직위의 실효성이나 여성의 사회적 역할, 인사권자의 인사방식, 의회의 기능 등 많은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그간의 대립은 김 국장의 사퇴로 일단락되었다. 당시 희자로 운을 넣어서 사퇴를 권고한 글은 이랬다. '희(噫)라. 당자로 인하여 사회가 소란하니 자신을 던지는 지혜도 필요한 법.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는 사퇴(辭退)의 아름다운 자세는 길이 빛나고 그 지혜를 찬양하는 소리 충북 하늘에 높으리라. 옛 장주(莊周)는 죽음을 놓고서도 풍장을 치면서 기뻐했다는데, 그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물며 결연한 사퇴 후 귀거래사를 부르면서 무심(無心)의 강을 건너간들 무엇이 대수겠는가.' 이렇게 김국장은 무심의 마음을 찾으러 무심의 강을 건넜다. 그리고 이런 대목도 있다. '김양희 국장의 사퇴를 권고하는 시민사회단체 역시 마음이 무겁다. 우리는 결코 한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다. 김양희 국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하고 또 유능하며 성실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또 본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 억울의 심정은 큰 바다에서 연꽃을 따는 가인(佳人)의 채련곡과 같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의 시민사회단체는 더 큰 대의에 따르고 더 중요한 명분을 지킬 수밖에 없기에 아픈 마음을 안고서 사퇴를 권고하는 것이다. 물론 시민민중단체는 대의명분을 소중히 여기기에 사사로운 공격이나 이면에서 비방을 하지 않는 것이며, 언제나 정공법으로 비판하고 직설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곡절을 거친 김양희 국장이 사퇴로 보여준 희생정신에 대해서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그 고뇌와 억울(抑鬱)이 얼마나 컸겠는가. 시민단체에 대한 원망의 심정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 국장께서는 필시 삼세의 악연이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마지막 날 흘린 김 국장의 눈물은 김 국장 개인의 눈물이 아니라 시민단체도 함께 흘린 눈물이었다. 또한 정우택 지사님의 결단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린다. 혹자는 사퇴가 아니라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대의에 따라서 희생을 한 김양희 국장과 그 결단을 수용한 정우택 지사께서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간 시민단체가 가장 애를 썼던 부분은 개인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었다. 개인에게 고통을 주기로 했으면 훨씬 더 강력하고 통절하게 공격했을 것이다. 당자께서는 믿기 어렵겠으나 시민단체는 그동안 자제하고 절제했으며 이판사판으로 나가지 않으면서 순리로 일을 끝내려고 상당한 노력을 했다. 이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존중하자는 전투의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하고 또 고통스런 점이 없지 않았을 것이니 그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를 드린다. 앞으로 김양희 국장께서 무슨 일을 한다면 잘되도록 지원하고 지지하여 그간의 원망을 조금이라도 갚아볼 생각이다. 악연이 선과(善果)가 될 것을 믿고 또 부디 김 국장께서 원망을 거두고 화해와 이해의 넓은 마음을 가질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충북의 시민들께서 시민단체를 질책하고 비판하신 것에 대해서도 머리숙여 감사를 드린다.

내년 봄, 충북의 꽃 목련이 도청 정원에 피면 한바탕의 춘야연을 벌이고 싶다. 김양희 국장께서도 출연하여 풍류와 고담으로 한 자락의 소리도 하면서, 그날의 회포를 푸는 한 잔의 술을 기약해 본다. 한창 대립 중에 쓴 덧없는 인생을 노래한 시는 이렇다.

'어제 북풍의 눈꽃은 오늘 목련으로 피어 지는 황혼 상당연에 꽃그늘로 일렁인다. 해금 명인의 산조(散調)는 신묘하여 홍곡정 처마 끝에 어스름을 잣는다. 가인(佳人)의 노래 연못에 구르고 흥취는 높아라 찰라 같은 인생의 꿈. 소쩍새 달 부르는 소리 명랑하고 우암 동녘의 빙륜 꽃잎은 애연하다. 목련 꽃비 문화당에 비껴 날 때 그 꽃잎 술잔에 띄워 달빛까지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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