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한 달째 공백...후임은 언제
금감원장 한 달째 공백...후임은 언제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6.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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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복·원승연 등 교수 출신 하마평 '없던 일로'
'1년 짜리' 금감원장에 관료 출신도 꺼려

수석 부원장 체제 장기화 전망…일선 직원들은 만족

일각에선 '온건파vs강경파' 부원장간 갈등설도



정부의 금융감독원장 후임 인선 작업이 꼬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노조의 입장, 대통령 선거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잡하게 맞물려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대체로 일선 직원들은 수석 부원장 체제에 만족하지만, 부원장들은 금감원 기조를 두고 불협화음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의 후임 인선 작업은 감감무소식이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간 유력 후보로는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원승연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손상호 전 금융연구원장이 거론됐었다. 최근에는 손 전 원장이 신상 조회를 거부해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이 교수와 원 교수가 차기 금감원장으로 압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감원 후임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윤 전 원장이 강경 기조를 내세워 금융권과 갈등을 벌인 만큼, 두 번 다시 교수 출신을 앉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도 이를 고려해 후임자를 다시 물색하고 있다.



특히 유력 후보였던 원 교수는 금융위가 직접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교수는 지난 2017년부터 약 3년간 금감원 시장담당 부원장을 지냈는데,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갈등을 빚었다. 대신 금융위는 원 교수에게 자본시장연구원장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의 경우, 지난 2017년 한 언론사를 통해 내보냈던 기고문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이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민간 기구인 금감원이 금융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관료들도 1년도 채 못 있을 자리라는 점에서 오길 꺼리는 상황이다. 실제 금감원장 자리는 내년 3월 대선이 끝난 뒤 다시 교체될 것이 유력하다. 당초 금감원장 하마평에는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 대표, 김종오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관료 출신들이 거론된 바 있다.



금감원장 공석이 장기화하면서,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해지고 있다.



우선 금감원 일선 직원들은 김근익 수석부원장 체제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매번 금융권과 각을 세웠던 윤 전 원장과 달리, 정해진 일정 외에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면 부원장들 간의 사이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윤 전 원장 시절부터 있었던 김 수석부원장과 김은경 소비자보호처장 사이의 갈등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금융감독 기조는 확연히 다르다. 김 수석부원장은 금융위와 조율을 우선시하는 반면, 김 처장은 '리틀 윤석헌'이라 불릴 정도로 강경파에 속한다.



게다가 윤 전 원장 임기 막바지쯤에 있었던 임원회의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최성일 부원장마저 김 처장 입장을 옹호하면서 '김근익 vs 김은경-최성일' 구도로 갈등기류가 형성됐다는 내부 이야기도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 시절 시작된 부원장 간의 갈등이 아직까지 남아 있으나 대외를 의식해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장 공백으로 금융감독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를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또 금융위로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심사도 위탁받은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수석 부원장을 금감원장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이 혼란스러운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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