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
여행의 즐거움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06.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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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무착륙 비행이라는 상품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알다시피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목적지 없이 이륙한 공항으로 다시 착륙하도록 개발한 비행 상품이 바로 무착륙 관광 비행이다. 이 상품은 항공업계 입장에서 볼 때 매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고, 조종사들에게는 의무 비행시간을 채울 기회가 되며, 이용객 입장에서도 해외여행 분위기와 함께 면세품 구입도 가능해서 업계는 물론 이용자의 수요까지 일석삼조다.

비행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여행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비행기는 출장 등 비즈니스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일터이기도 하겠지만, 대다수 일반인에게 비행기는 낯선 곳, 먼 곳, 특히 바다 건너 미지의 도시로 안내해주는 여행의 통로가 된다.

중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며 언어학자였던 임어당(林語堂, Lin Yutang)은 그의 책 `생활의 발견'에서 옛날의 여행은 놀이였지만 요즘은 일이 되어 버렸다고 아쉬워하였다. 그는 여행이 가진 예술성을 망치는 잘못된 여행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잘못된 여행의 첫째는 정신 향상을 위한 여행이다. 인간의 정신이 그토록 쉽게 향상될 수 있다면 클럽이나 강연회에 참가만 하면 그대로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다음 잘못된 여행의 두 번째는 나중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다. 차로 유명한 지방에서 찻잔을 입에 대고 자신을 찍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물론 친구들에게 자랑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사진에 정신이 팔려 진짜 차 맛을 음미나 했을까? 이렇게 바보스런 여행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세 번째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즉 `어디에는 몇 시 도착, 몇 시 출발, 체제 중엔 어디 어디를 구경하고, 호텔은 어디 몇 시에' 등의 완벽한 점검으로 스케줄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말한다.

임어당의 지적을 읽으며 코로나19 전에 자유롭게 해왔던 나의 여행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반성할 여행이야 끝없이 많았다. 세 달간의 도보 여행은 매일 아침 적정한 거리를 걸어가서 숙소 찾아가기의 스케줄 노예 여행이 되어버렸고, 들렀던 도시, 길마다 찍어 둔 사진들은 아직 정리도 못했다. 고작 세 달을 걸으면서 정신의 고양까지 꿈꾸었으니 임어당의 시선으로 보면 잘못된 여행의 전형을 한 셈이다. 어디 그 여행뿐이랴….

임어당은 참된 여행자에게는 언제나 방랑의 기쁨, 유혹, 모험심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사실 그의 사람에 대한 시선에서 엿볼 수 있다. 사람은 육체를 가지고 살아간다. 사람에게 육체는 언제나 한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육체가 없다면 새벽의 풀 이슬 냄새를 어떻게 맡을 것이며, 시원하며 따스한 여름 저녁의 바람은 어떻게 느낄 것인가? 또 배틀한 녹차의 여린 맛과 막 피어난 장미의 빛깔은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육신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여행은 방랑이라고 임어당은 말한다. 방랑의 여행은 어떤 의무도 없고 제한된 시간도 없고, 목적지도 모른 채 떠나는 나그넷길이다. 진짜 나그네는 자신이 어디를 거쳐 왔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자기의 이름마저도 잊어버린다. 그 안에서 나그네는 자유로움과 신이 주신 자연을 만끽하게 된다.

여행이 그리 보고 나면 더 자유로워진다. 비행기를 타야 여행이랴? 무심천변에 핀 노란 금계국에서도 자연을 느끼고, 미호천의 실바람에도 방랑자의 옷깃은 흔들리는 것 아닌가? 오늘은 짧게라도 우리 동네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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