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의 날'이 필요없는 도시
`무주택자의 날'이 필요없는 도시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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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내일(6월3일)은 `무주택자의 날'이다. 나라에서 정한 기념일은 아니고, 시민단체와 세입자들이 모여 선언한 날이다. `무주택자의 날'은 1992년 만들어졌으니, 벌써 30년이나 흘렀다.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과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사회”를 기치로 내걸은 `무주택자의 날'이 한 세대를 넘기는 동안 `집'은 참 많이도 변했다. 아니 그저 변한 것이 아니라 계층을 가리지 않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든 적든, 크든 작든, 가진 이들에겐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이 치솟는 집값이 부담스러울 터이고, 없는 이들에겐 이번 생애에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집값이 두려울 뿐이다.

대통령이 `죽비'를 호되게 맞은 심정이라고 실토했지만, 집값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주택)공급에 대한 집념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많거나 비싼 집을 갖고 있는 부유층 혹은 불로소득자에게 과세함으로써 독·과점을 막아야 하는 종합부동산세의 산출 기준 조차 하향조정의 속내를 숨기지 않으면서 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은 어떻게 나오는 것인가. 없던 먹거리가 시장에 나오고 과세를 통해 비싸고 많은 집을 부담스럽게 하겠다는 의지도 박약하니, 부동산 불패 의지는 신화처럼 견고해질 뿐이다.

집값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게 아니다. `살기 위해'(住) 집이 당연히 필요한 가구의 기준도 크게 바뀌고 있으니, `살아남기'(生) 위한 주택 정책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요새 청주시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31.6%에 달한다. 청주시 주택정책 기본계획 연구용역 수행기관에서 발표한 기초 자료에 적시된 것인데, 2005년 22.8%, 2010년 26.5%, 2015년 27%로 해가 갈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 눈 여겨 볼 것은 청주시 1인 가구의 증가 추이가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계층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1인 가구는 지난 200년 2.6%에서 2019년 기준 6.3%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20세부터 34세 사이 청년 1인 가구 역시 2000년 7.5%에서 2019년 10.4%로 증가했다. 이들 양 끝단의 사회적 약자 가운데 노인 1인 가구의 무주택자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대부분 무주택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8년 기준 청주시 주택보급률은 100%에서 12.2%P 많은 36만4천570가구로 집계됐다. 청주시 전체 32만 5천 23가구가 자기 집을 1채씩 소유하더라도 무려 3만9천 547가구가 남는 결과인 셈이다.

조사 시점의 청주시 빈집은 전체 주택의 9.5%에 해당하는 2만7천747가구로 전국 평균 8.4%나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결국 청주지역 역시 주택이 `사는 곳(住)'이 아니라 `사는 것(買)'에 해당되는 먹거리로 전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가 아닌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 목적이며 청주시민이 아닌 자들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는 분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청주지역 주택 매매가격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사이 무려 40%나 상승했다.

마침 청주시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청주시 주택정책 기본 계획 연구 용역'이 저출산과 고령화의 심화,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가구 구성의 변화, 유동성 확대에 따른 주택시장의 과열 등 다양한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빗물이 새고, 시도 때도 없이 벌레가 기어 나오며, 화장실과 주방도 갖추지 못한 쪽방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는 무주택자 처지의 `청주시민'은 없는지 살펴보는 일도 마땅히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빈집 2만7천747가구와 전체 가구 수를 넘어서는 3만9천 547가구의 초과 공급 물량을 공공재로 활용할 수 있는 지의 여부도 살펴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매달 평균 30만원에 달하는 1.5평짜리 쪽방의 월세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다는 서울 강남 34평 아파트에 적용하면 무려 1020만원에 해당한다는 부동산 부자들의 엄청난 착취의 실태도 적나라하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물론 청주에는 없겠지만.

또 하나, 코로나19의 어려움 극복에 함께 했던 `착한 임대인'을 찾아내 정책적으로 무한 칭찬하는 청주의 자랑스러움은 어떤가. 그런 날, 그런 도시라면 `무주택자의 날'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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