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수업(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상실 수업(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5.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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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비가 오는 주말 아침, 문득 2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거친 손이지만 따듯한 마음을 담아 내 뺨을 어루만져 주시던 할머니.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어딘가에서 나를 부르실 거 같고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 주실 만것만 같다. 너무 보고 싶지만 다시는 볼 수 없기에 더욱더 먹먹해지기만 하는 주말 아침이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런 순간이 오면 누군가의 죽음 앞에 남겨져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또한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남은 이의 슬픔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까?

꼭 같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듯 느끼는 감정 역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죽음으로 인한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길잡이를 제시하고자 했던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도서 `상실 수업'은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가 같이 쓴 두 번째 책이다. `인생수업'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라면 `상실 수업'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죽음이라는 슬픔 앞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지침서 같은 책이다.

저자는 죽음을 대하는 데 있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점은 슬픔을 감추지 말라는 것이다. 죽음의 운명을 전해 들었을 때 느끼는 다섯 단계는 상실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느껴진다고 한다.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의 다섯 단계로 나타난다고 한다.

분노는 상실에 대한 치유 과정의 필수 단계이며 상실의 불공평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죽음을 수용한다는 것은 안 좋은 날보다 좋은 날을 보낼 수 있다는 증거이며 수용을 통한 후련함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사랑의 표시임을 이해하라고 하고 있다. 진짜 피해야 할 것은 슬픔으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애써 멈추려 하는 것. 자신의 슬픔을 다른 이의 슬픔과 비교하려 들려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상실보다도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도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할 때면 그리움에 사 묻혀 눈물이 흐르지만 이 눈물은 창피하거나 숨겨야 할 그 무언가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토로해내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솔직한 감정을 통해 남은 이들에게 더 많은 애정과 사랑을 쏟고 그 사람들과의 즐거운 앞날을 상상하며 함께 영위해 나가는 것이 상실이라는 두 단어가 생겨난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삶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얻고, 잃어가는 반복 속에서 결국 완성되는 것일 것이다. 즉 상실이라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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