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품격있는 수상소감 그리고 드레스
그녀의 품격있는 수상소감 그리고 드레스
  • 손부현 엘레이손 대표
  • 승인 2021.05.27 19: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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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속 세상
손부현 엘레이손 대표
손부현 엘레이손 대표

 

뉴욕타임스는 2021 오스카 최고의 순간으로 배우 윤여정의 수상소감을 꼽았다. 딱딱한 분위기의 시상식에 코미디적 활력을 불어넣은 윤여정 배우를 시상식 `뜻밖의 선물'이라 부르며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우리는 다 다른 영화의 역할을 해냈기에 경쟁일 수 없다…이 자리에 그냥 운이 좋아 서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수상소감은 강단 있으면서 겸손하고 위트와 품격이 있으면서 배려심 있는 한국인의 이미지까지 만들어 주면서 수상식을 보는 이들의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기자 간담회에서 아시아 영화의 약진과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와 관련해 그녀는 “무지개도 일곱 색깔이 있다.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며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녀가 오스카 여우주연상 시상에서 입은 짙은 남색 드레스는 그녀의 강단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품격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윤여정의 스타일을 맡았던 앨빈 고(Alvin Goh)의 말에 따르면 이번 시상식을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초고가 의상만 250벌이 넘었는데도 “난 나답고 싶다” 며 해외 명품 브랜드 대신 이집트 출신에 두바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맞춤복 전문 디자이너 마마르 할림의 긴 드레스를 선택했다.

구김이 생기지 않는 편안한 원단의 짙은 남색 드레스에 검은 벨벳 벨트로 포인트를 주고, 검은색 실크 새틴에 스와로브스키 보석으로 버클을 단 로저 비비에의 브로치 클러치로 벨트 포인트와 색상을 맞추었다. 또 푸른 빛이 도는 쇼파드 하이주얼리 반지 등으로 남색 빛 드레스와 톤을 같이해 윤여정이 평소에 추구하는 간결한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로 격조를 더했다.

레드카펫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본이나 커다란 주름 장식 없이 절제된 스타일이었지만 풍성한 치마폭으로 볼륨감을 주었고, 벨벳 허리띠가 포인트가 되었다. 그녀의 짙은 남색과 조화되는 자연스러운 은발과 기품있는 올린 머리, 팔의 늘어짐과 같은 체형 변화를 커버하는 짧지 않은 소매 길이, 하이웨스트의 볼륨 있는 스커트가 품격있으면서도 단아한 이미지를 보여 주었다.

미국 베니티 페어는 올해 아카데미 레드카펫 베스트 10에 윤여정을 꼽았고, 미국 보그는 윤여정의 사려 깊음과 유쾌한 위트로 새로운 모습(new-look)을 선보이는 시상식에 새 바람을 넣었다고 평가했다.

배우 윤여정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가족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영화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배우 윤여정은 자신의 13년간 미국생활 경험을 그곳에서도 녹여냈을 듯하다.

“육십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던 그녀였지만 생계를 위해 가리지 않고 연기했던 시절이 있었고, 필생의 목적이 무엇을 하든 다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던 그녀가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양하게 연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직설적인 화법과 유쾌한 유머감각, 뛰어난 영어실력을 엿볼 수 있었던 윤식당, 윤스테이 등 70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프로그램을 이끌며 존재감 돋보이는 윤여정은 중노년의 미래에 용기를 불어넣는 듯하다.

1966년 탤런트 공채에 합격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녀는 데뷔 55년 만에 오스카 영예를 안았다. 같은 해 태어난 나는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다. 70대 중반이 되는 날 난 무엇으로 내 살아온 삶을 녹여내며 감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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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광 2021-05-29 21:15:45
좋은 지식,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