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나비의 꿈
5월, 나비의 꿈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2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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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1.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열리지 못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강력한 수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최근 00지법형사1부의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법원의 실수로 열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 과정과 배경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에 앞서 재판부는 이날 오후 법정 개정 이후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피고인 소환장이 송달이 안 된 것으로 파악됐다. 저희 재판부가 소환장이라는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다보니 뭔가 착오가 생긴 것 같다”면서 “형사소송법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이 절차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재판에 참석하라는 내용의 `피고인 소환장'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이 피고인에게 재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발송하지 않은 `실수'가 확인되면서 재판은 5월에 열리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법원의 `실수'에 대한 고의성 여부와 재판을 방해하기 위한 배후세력의 유무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이 법원의 실수에 대해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2. 「검찰이 법무부 넘버2급 전 고위 간부의 해외 도피의혹에 대해 전면적인 재수사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코로나19의 위협이 전혀 없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와 색안경을 낀 채로 갑자기 해외로 출국을 시도했다는 점을 중시해 단순 의혹 차원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배경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검찰은 특히 이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출국금지와 함께 공항에서 체포한 사전 행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법리 해석 및 공소권 행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법무부 넘버2급 고위 간부에 대한 각종 의혹이, 피해를 주장하거나 충분히 참고 또는 고려할만한 증언 등이 있었던 점을 중시해 이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수사를 재개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하게 가려낼 방침이다. 검찰의 이 같은 변화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가라앉지 않은 채 불신이 깊어짊에 따라 우리 사회를 대립과 갈등, 그리고 분열에 빠지게 할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내려진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검찰이 이 사건을 포함한 일련의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법'보다 `도덕'의 관점에서 접근해 법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건강한 진실이 반드시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 「검찰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유언비어나 가짜뉴스에 대해 강도 높은 검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집합금지 명령을 고의로 위반하거나 정당한 방역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 즉 사회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중대한 이적행위로 판단해 법으로 다루는 준엄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불로소득을 노리는 행위와 그 집단에 대해 빈부와 계층, 신분의 고위 여부와 권력의 유무 여부를 초월해 강력한 수사를 통해 발본색원하기로 했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일확천금의 유혹과 한탕주의가 건강한 노동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개도 닮지 않은 꿈을 꾸고 깨어난 5월의 아침이 어찌 상쾌할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5월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피 흘리며 죽어 간 까닭이 아니겠는가.

그런 죽음이 어느새 슬픔도 분노도 희미해져 5월 18일도 무심하게 지나고, 30년 전 부패정권에 도전하다 산화한 수많은 분신열사들의 죽음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지니. 이런 엉뚱한, 그러나 간절하지만 이루지 못하고 있는 희망이 꿈으로 반사되는가. `사람 사는 세상'의 가치가 한(恨)으로 남은 노무현 대통령의 기일도 벌써 아련한데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김군 사건도 모두 비극으로 담겨 있는 5월. 나비의 가녀린 날갯짓에 아직 꿈은 남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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