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1.05.2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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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문과냐 이과냐를 묻는다면 나는 전형적인 문과적 인간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수학 중에서 입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도형이나 글자를 위나 옆, 아래로 들여다봤을 때 어떤 형태인가? 라는 문제에서 한참 고민한다. 주차할 때도 익숙해지기 전까지 공간 계산이 되질 않아 고생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런 내가 수학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그것도 얇지 않은, 무려 200쪽의 수학책을 읽은 것이다. 졸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머리 감싸 쥐지 않고 다 읽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쓴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21세기북스) 책이다.

직업상 주로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 줘야 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간단하게는 비접촉 체온계, 책 소독기를 쓰는 방법부터, 복잡하게는 책을 검색해 찾고 서가에서 찾는 방법을 들 수 있겠다. 물론 안내문이 있다. 고민해서 최대한 알아보기 쉽고 짧게 정리했고, 사진도 명확히 보이도록 안내문을 만들었다. 고학년들은 읽고 그대로 하지만, 아직도 문장 읽기가 서투른 저학년에게는 말로 설명하는 게 빠르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직접 보여주거나, 간단한 단문으로 설명을 해 준다. 아이가 잘 따라하면 내가 설명을 잘했구나 싶어 뿌듯하고, 알아듣지 못하면 어떻게 설명해야 이 아이가 잘 알아듣는가를 고민한다. 쉽고 간단하게, 몸짓이나 그림으로 설명하고는 한다. 잘 가르치는 사람은 그렇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수학책이니까 연필과 종이를 챙겨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개념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연필과 종이가 크게 쓰일 일은 없다. 중 1~3학년의 도형 부분의 요점을 정리하는 책이고, 왜 그런지를 설명한다. 교수님이 내 앞에서 조곤조곤한, 그러나 졸리지 않는 말투로 내 앞에서 1대 1로 설명해주는 느낌의 책이다. 문체 자체가 `음, 그러니까 이거는 이래서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라고 차분히 설명해 주는 느낌의 책인 것이다. 중 1~3학년 수학의 도형 부분은 이 책으로 개념 정리가 다 되지 싶다. 게다가 교수님의 생각과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어 잡담은 많은데 그게 또 내용과 연관되어 내용 이해도 쉽고, 생각의 폭을 더 넓혀 주는 이야기라서 더 좋았다.

다른 수학책을 들여다보고 조용히 다른 책을 집어든 경험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 주고 싶다. `수학 귀신'을 다시 만난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다 읽고 나서 뭔가 모르게 뿌듯한 경험은 참 오래간만이다. 2020년 11월에 나온 수학책이 올해 1월에 벌써 6쇄인 걸 보니 나 같은 사람 참 많구나 싶다. 오래간만에 나만의 좋은 수학 선생님과 만난 기분이다.

최 교수의 다른 책,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도 있다.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이 책도 읽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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