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느끼는 색의 감각
손끝으로 느끼는 색의 감각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05.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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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5월! 무심히 시선을 돌려본다. 거기엔 언제나 어디에나 신록이 있다. `… 신록에는 우리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수필가 이양하 님의 <신록예찬>에서 보듯, 신록이 주는 혜택은 참으로 많다.

자연에서 나오는 초록빛은 우리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듯 색깔 또한 각양각색이다. `황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 때/신록예찬 중'우리 산하는 연한 녹색, 누르스름한 연두색, 푸른빛이 도는 청록색 등 `초록 꽃'이 만발하다. 이 모든 표현들은 비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말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색깔을 느끼고 표현할까?

`시각장애인들도 후각, 미각, 촉각, 청각 등 시각 외의 모든 감각을 통해서 색깔을 느끼고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해줌과 동시에 그들의 감각적인 능력을 인정해 주고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비장애인과 똑같이 아름다운 세상을 살고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는 작가 메네나 코틴의 글을 통해 생각해 보자.

`노란색은 코를 톡 쏘는 겨자 맛이고, 병아리 솜털처럼 보들보들한 느낌이야. 빨간색은 딸기처럼 새콤하고 수박처럼 달달해. 그런데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날 때처럼 아픈 느낌이기도 해.'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 여행>의 첫 장면에 있는 글 텍스트다. 이미 색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노란색, 빨간색을 상상할 수가 있다. 그러면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느끼는 감각적인 능력'을 화가는 어떻게 표현하며 독자에게 경험하게 했을까?

`뭐니 뭐니 해도 색깔 중에 왕은 검은색이야. 검은색은 엄마가 나를 꼭 안아줄 때, 내 뺨을 간질이는 엄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색깔이거든.'

화가 로사나 파리아는 색깔을 제거하고 검은색과 하얀색으로만 독자를 색깔 여행으로 이끈다. 이는 부정적으로만 여겨왔던 검은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변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작가의 검은색에 대한 경험과 감성을 아우른 표현이다.

좀 더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양각의 점자와 빛의 양에 따라 더욱 도드라지는 부조형식의 그림은 `손끝으로 감상하는 책읽기'를, 온통 칠흑 같은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묵자墨字(글자)는 색깔 없이 색깔을 말하는 `낯설은 책 읽기'를 경험하게 한다.

`일상에서 수없이 많은 색을 접하더라도 제대로 관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색 경험을 할 수 없다. 관찰은 모든 지식의 출발이다. 관찰함으로써 색을 보다 풍부하고 의미 있게 경험할 수 있다.<그림, 색에 관한 모든 것/백남원> 중'

그리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려고 하는 방향으로 보게 되는 시각의 허점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각으로 묶여 있던 색깔에 대한 편견과 다름에서 벗어나 여러 방법으로 세상의 색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삶의 방식은 더 나아가 나와 다른 누군가를 존중하며 `함께 사는 삶'에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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