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5.17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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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요즘 자녀 둔 부모들이 밤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한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학생 사건이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막 꽃을 피워야 할 청춘이 이유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하면서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자식을 잃은 듯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그만큼 이 사건은 날벼락 같은 일인데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가슴이 무너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이 절절히 다가온다. 이는 자식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공감대이기도 하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마는,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국민청원을 하고 있다. 친구를 만나러 나갔던 아들이 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명명백백 밝혀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긴 청원이다.

손정민씨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끌면서 일부에선 지나친 관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손정민씨 친구와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식과 일부 유튜버의 자극적인 언사 등은 수사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20일이 넘도록 아무런 발표 없는 경찰 조사에 시민들은 의문을 갖는다. 수사 의지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있는 건 아닌지 등등 추측성 기사만 무성하면서 경찰 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어느 경찰이 홈페이지에 시민들의 추측을 두고 `방구석 코난 빙의'라며 쓴 글은 조사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함에도 이 사건을 대하는 온도차를 드러내 비난을 자초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일 청주에서는 여중생 두 명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꽃다운 나이인 학생들은 단순 사고가 아닌, 성폭력과 아동학대 피해자로 스스로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0대에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자신들을 피해 사실을 알린 학생들의 선택은 사회적 타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학생은 성폭력과 아동학대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는 동일 인물로 숨진 학생 두 명 중 한 명의 의붓아버지다. 피해자인 두 학생은 지난 1월부터 학교의 위(Wee)센터를 찾아가 성폭력과 아동학대에 관한 상담을 받았고, 2월엔 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해 검찰에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에선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결여된 점을 지적하며 보완 수사를 이유로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을 반려시켰다고 한다.

이처럼 검찰에서 두 차례나 영장이 반려되면서 피해자들의 심리는 극도로 불안했을 것이다. 믿고 상담했던 학교도 가정도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았고, 정의를 부르짖는 경찰과 검찰도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과 아동학대 피해자를 알리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사회로부터 더이상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절망이 겨우 열다섯 어린 아이들을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두 명의 중학생을 자살에 이르게 한 계부를 엄중하게 수사해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에겐 너무 늦은 답이다.

죽어야만 살 수 있는 여러 모순의 과정을 보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제도와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라도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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