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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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여름은 자연의 작은 음악회
김 익 교<전 언론인>

어제 집옆 잣나무 숲에서 올 여름 처음 매미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잠시 쉴참으로 아무생각 없이 앉아 있다 들은 매미소리는 농사일에 지친 농부들의 몸을 풀어 주는 청량제나 다름 없습니다. 이제 막 세상밖으로 나와서인지 힘찬 소리는 아니었지만 계절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사실 6월 들어 때이른 더위로 여름이구나 했지만, 매미소리 없는 여름은 계절의 간이 맞질 않았습니다. 역시 여름은 매미가 울어야 제격입니다.

주변에 어우러진 초록이 온몸을 맑게 하면서 마음을 붙들어 맵니다.약초포지에 삽목, 이식 등 일이 밀렸는데도 마냥 느긋하기만 합니다.

농촌의 여름은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24시간 연주 됩니다. 새벽잠을 깨우는 새소리와 숲을 보듬고 스쳐가는 바람소리, 그속에 매미소리가 낮동안 이어지다가 어둠이 드리우면서 장소와 연주자가 바뀝니다. 숲에서 물논으로 무대가 옮겨지면서 목청좋은 개구리들의 합창에 굵직한 황소개구리의 바리톤이 베이스를 넣고 맹꽁이가 중간중간에 박자겸 에드리브를 칩니다. 거기다 풀벌레들의 고운 선율이 코러스로 깔리면 가히 이것이 천상에 하모니일 것입니다. 감히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연주를 듣고 있자면 하루의 피곤이 나른하게 풀리면서 막연한 그리움이 스믈 거립니다.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가슴 절절한 그리움이 아닌 평온의 그리움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넉넉해 집니다. 적어도 이순간 만은 모두에게 미안할 만큼 평안합니다. 그리고 밤하늘에 매단 것 같은 별들의 조명이 밝기를 더해가면 세상만사가 끝입니다.누구든 이 꾸밈없는 자연의 순리가 빚어내는 조화속으로 들어오면 그 시간만이라도 마음에 평화를 느끼실 겁니다. 세상사에, 욕망에 찌들어 갈길이 급하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시고 농촌에 들러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들어 보시라구…, 평화로울 것입니다. 특히 윗물에서 노시면서 아랫물을 흐리게 하시는 분들, 같은 진흙탕에서 드잡이질을 하면서 자기옷에는 흙탕이 안 튀는 줄 아시는 불쌍한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농촌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농심을 제대로 알면 길이 보입니다. 헛일 삼아 한 번 들러 보시길."

어제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비소식이 없습니다. 농사에 기본은 날씨입니다. 예보를 듣고 비설거지를 단단히 한 농부들은 짜증이 납니다. 이럴땐 나무위에서 우는 청개구리가 더욱 신뢰가 갑니다. 청개구리의 목청이 높아지면 하루안에 어김없이 비가 오니까요.

산비둘기의 구애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어젯밤 못다한 연주에 미련이 남았는지 황소개구리의 독주가 한낮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아직은 비가 안오니 약초포지로 가봐야겠습니다. 일이 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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