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차 한잔
감잎차 한잔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21.05.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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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낡은 봉고를 끌고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며 어물전을 펴는/ 친구가 근 일 년 만에 밤늦게 찾아왔다// 해마다 봄이면 저 뒤란 감나무에 두견이 놈이 찾아와서/ 몇 날 며칠을 밤새도록 피를 토하고 울다 가곤 하지/ 그러면 가지마다 이렇게 애틋한 감잎이 돋아나는데// 이 감잎차가 바로 그 두견이 혓바닥을 뜯어 우려낸 차라네/ 나같이 쓰라린 인간/ 속을 다스리는 데 아주 그만이지//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옳아, 그 쓰린 삶을 다스려낸다는 거!// 눈썹이 하얘지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 일찍/ 그 친구는 상주장으로 훌쩍 떠나갔다/ 문가에 고등어 몇 마리 슬며시 내려놓고'(`봄밤' 전문/송찬호)



봄바람이 심상치 않다. 태풍이 지나가듯 요란을 떠는 바람에 막 피기 시작한 감잎의 새순이 통째 떨어져 나뒹군다. 감잎차 만들기에 너무 어린잎이지만 아까운 마음에 하나 둘 줍다 보니 어느새 한 움큼이 넘는다. 참새의 작은 혀처럼 어린잎으로 만든 녹차를 작설차라 하는데 이 어린 감잎으로 만든 차는 작설감잎차로 불러도 될듯하다. 보은 출신 시인이 `두견이 혓바닥을 뜯어 우려낸 차'라고 했는데 내가 만든 감잎차에도 그 애틋한 사연이 우러나올까?

감잎에 비타민C가 많아 감기예방에 좋고 혈관건강과 노화방지 등 건강에 좋다고 한다.

어쨌건 감잎차 만들어 보자.

여러 가지 찾아보니 대략 2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감잎을 쪄서 만드는 방법이다.

먼저 음력 5월 5일 단오쯤(이 때가 되어야 감잎이 충분히 자라고 비타민 C가 많다고 함)에 햇빛이 가장 강한 낮에 감잎을 따 물로 씻고 채 썰어 2일 정도 그늘에서 말린다. 그리고 찜통에 물을 끓여 김이 오르면 감잎을 넣고 1분 30초 동안 증기로 찐 후 재빨리 뚜껑을 열고 30초간 부채질을 해 식힌다. (부채질을 하는 이유는 비타민 C가 수용성이라 물방울에 녹아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 다시 감잎을 넣고 뚜껑을 덮어 1분 30초간 찐 후 그늘에서 말리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녹차를 만드는 것처럼 무쇠 솥에 덖는 것이다.

감잎을 씻어 하루 이틀 말린 후 채를 썬다. 그런 다음 무쇠 솥이나 돌솥이 300℃ 정도 될 때 감잎을 넣어 덖어준 후 베 보자기를 깔고 하루 정도 말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솥의 온도가 150℃ 정도일 때 말린 감잎을 넣어 수분을 완전히 건조 시킨 후 지퍼 팩이나 유리병에 넣어 서늘한 그늘에 보관하면 된다. 이상은 여러 자료에 나오는 방법이다. 차 만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대로 따라 하기 귀찮을 때도 있다. 무쇠 솥 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필자는 프라이팬을 사용한다. 프라이팬에서 두 번 덖어낸 감잎차를 바로 우려 보면 노란빛이 잘나지 않는다. 지퍼팩이나 유리병에 보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우려 보면 노란빛이 환상적이다. 또 다른 방법은 적당히 덖은 감잎차를 꿀에 담가 보관하여 우려먹는 것이다. 오래 보관할 수도 있고 적당히 달달한 맛이 누구나 쉽게 감잎차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첫 번째 우린 것은 꿀맛, 두 번째 우린 것은 진정한 감잎차 맛, 세 번째 우린 것은 맹물보다 조금 나은 맛. 덖은 감잎차 말리는데 두견이 울음소리 들린다. 낮에 듣는 두견이 울음소리는 낯설다. 송찬호 시인처럼 밤에만 들어보았던 두견이가 왜 오늘은 낮에 울까? 몇 년 전에 꿀에 재워둔 감잎차 한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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