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비의 만남
두 시비의 만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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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의 문학 칼럼
일본의 교토는 우리나라의 경주지방과 같은 곳이다. 그 고적과 걸맞게 문화예술이 조화를 이룬 도시라 할 수 있다. 이 도시의 한복판에는 청주 무심천 정도의 압천이라는 내가 흐른다. 정지용은 유학시절 이곳을 배회하며 향수를 달랜다. 그의 시 '압천'에는 유학생의 고절한 심사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2005년 12월 28일 옥천군에서는 이인석 문화원장이 주축이 되어 옥천군의 화강암에 이 시를 새겨 정지용이 다닌 도시샤 대학에 건립하였다.

옥천군에서 또한 지용의 최초의 시 '풍랑몽'이 쓰여진 한강가에도 시비를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우 의의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도시샤 대학 교정에는 이미 윤동주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그 옆에 나란히 지용의 시비를 세우게 된 것이다. 살아생전 지용을 가장 흠모했던 윤동주 시인은 이제 나란히 시혼을 세우고 영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용의 문학에 심취하여 윤동주는 같은 대학을 찾아 가지 않았던가! 여기서 윤동주의 '서시'를 읽어보기로 하겠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전문-

이 인용시와 유사한 발상을 지용의 시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얼굴이 바로 푸른 한울을 울어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지용의 '나무'가 윤동주의 시에서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라고 표현되고 있다.

하늘을 앙천하여 시적 자아가 삶의 자세를 반추하고 있는 점에서 동일하며, 나는 나의 나히와 별과 바람에도 疲勞웁다. 지용의 '또 하나 다른 太陽'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처럼 유사한 발상으로 나타난다. 정지용의 문학 윤동주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윤동주는 후쿠호카 감옥에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그의 시혼과 영혼이 이국땅을 바람처럼 떠돌고 있을 때 그의 스승인 정지용의 시비가 자신의 시비 곁에 세워진 순간 그 감회를 어찌 감당했을 것인가! 옥천군이 그 보이지 않는 감동의 역사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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