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기술 세계 공유가 답이다
코로나 백신 기술 세계 공유가 답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5.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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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백신은 모든 국가에 가장 강력한 희망이 되었다. 사람들의 일상이 멈추고, 평범한 생활이 무너지면서도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것이 바로 현대 과학 의술이다.

그렇게 1년여 만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백신이 출시되었고, 각국이 백신을 확보하려고 미국 기업에 줄을 대는 상황이다. 러시아도 백신을 출시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각 나라가 미국 제약사에 의존하는 신세다.

이처럼 백신 가뭄을 겪으면서 `백신 외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나라마다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불사하면서 제약사들은 판매 금액도 극비에 부치며 이윤을 최대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는 올 1분기 코로나19 백신으로만 1조원 안팎의 순익을 거뒀다고 한다. 올 연말이면 1년 순익이 3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야말로 코로나19로 황금알을 낳는 백신이 되었다. 기업이 지구촌 위기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동안, 지구 어디에선가는 지금도 하루에 3000명이 죽고, 4만여 명이 코로나19 확진에 걸려 고통을 받고 있다. 부자나라부터 백신 구매가 쉽다 보니, 지금껏 단 1회분도 백신을 구하지 못한 국가가 10개국이 넘는다고 한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로 가난한 재정에 백신 구매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생사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의 거대한 부의 축척은 불편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백신 생산을 확대하지 않는 미국정부와 기업에 대한 질타도 커졌다. 인구수 대비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한 미국과 달리, 대부분의 나라는 백신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로부터 계속해서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 요구를 받아왔던 미국은 이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7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적재산권(특허) 면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자본의 논리처럼 제약사들이 자발적으로 공익적 경영 철학을 발휘하길 바라는 우회적 표현이리라.

그러나 미국 제약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오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성과를 이룬 생명과학기술인데 백신 제조 과정을 국가 간 공유할 경우 핵심 기술의 유출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중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 생명과학기술이 이전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자본사회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특허보다 수출 규제부터 풀라고 요구하고 있다. 백신 원료에 대한 수출 규제를 푸는 것이 코로나19 종식에 한 발 나가는 길이고, 백신 원료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혼란이 가중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미국에 인류를 위한 기술의 공유와 제작된 백신의 전 세계 수출이라는 규칙을 강조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요구했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타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방식의 백신 생산은 안 된다. 지적재산권이 면제된다고 해서 누구나 백신을 생산할 능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백신 기술이 공개돼도 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가 갖춰진 나라는 드물다. 제약사들의 순익은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이익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된다면 미국과 미국기업이 돈을 벌고자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흥정하는 모양새로 비칠 뿐이다.

모든 국가가 코로나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하려면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죽음과 싸우는 지구촌 사람들을 위해 선진국들은 세계 리더 국가로의 통 큰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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