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어린이로 돌아가 보면
잠시 어린이로 돌아가 보면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1.05.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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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부모님의 자식으로 보호받으며 성장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비로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합니다. 불완전한 독립이랄까요. 결혼 역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가정을 꾸립니다. 어버이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면서 잠시 부모님의 어린이인 것을 잊고 살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어린 자식입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두고 잠깐 짬을 내어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의 장소를 밟기로 합니다. 잠시나마 오롯이 나를 위한 동심(童心)의 시간입니다.

충북도청을 북쪽으로 향한 제 법률사무실을 나와 구 중앙초등학교를 지나는 대성로를 따라 걷습니다. 남일면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바로 지금의 중앙동과 성안동 일대로 이사와 자랐습니다. 지금은 구도심이 되었지만 1세기가 바뀌기 전 이 일대는 명실공히 청주의 중심으로 많이 번잡하였던 곳입니다.

상당공원과 청주향교길을 걸으니 연초록의 신록이 무성해진 것이 무척 싱그럽습니다. 당시에는 복개천(覆蓋川)이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습니다. 수동 성당에서는 얼음손오공 놀이를 하고 놀았습니다. 그리고는 50원짜리 핫도그를 사먹었습니다. 주민등록초본을 떼어 당시 살던 주소를 살펴보니 단골 만두집이 들어선 곳입니다. 수십 년 전 당시는 첨단이었을 테지만 구도심의 도시재생이 논해지는 지금은 어쨌든 상전벽해(桑田碧海)입니다.

버스길을 건너 중앙시장으로 갑니다. 허름하고 인적이 드문 골목을 봅니다. 유신서적은 그대로 있습니다.

청주에서 최고의 극장을 자랑하던 중앙극장이 있던 자리에 청소년광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때 `총알 탄 사나이'를 보며 어찌나 낄낄대었는지요.

오래된 가게는 오래된 대로 그대로인 것이 대단해서 보물찾기하는 것 같고, 많이 변한 풍경들은 그런대로 과거 원래 있었던 추억을 그리워할 수 있어 의미가 있습니다. 상당공원에서 무심천 방향의 사직대로까지였던 성안길을 버스길 건너 확장하여 시청 방향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였음에도 쉽게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청소년광장에서 구 청주역사까지 걸으며 새롭게 건립될 市청사를 상상해 봅니다. 또다시 상전벽해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다시 돌아 육거리시장 방향으로 성안길을 걸어갑니다. 사람을 피해 걸을 정도로 북적였던 과거는 아니더라도 주간에는 제법 사람이 넘칩니다. 여학생들이 많이 띕니다.

걸음의 종착지는 중앙공원입니다. 과거 주위에는 가족외식의 최고봉이었던 경양식의 식당들이 꽤 있었습니다. 제가 3-4살 시절이었을까요. 노란 황매화가 가득한 풍경에서 서럽게 우는 사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추억이 가득한 동심으로 잠시나마 돌아가 보았습니다. 소중하고 그리운 추억들을 선사하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추억을 선물하는 어버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모두가 어려운 요즈음 각자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잠시 어린이로 돌아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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