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해석
완화 해석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05.05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차가운 겨울밤 시골 성당의 신부님이 성당을 청소하고 잠자리에 들려 할 때 누군가 성당 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을 열어주니 경찰들이 부랑자 한 사람을 붙잡아 성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신부님은 잡혀온 부랑자의 얼굴이 낯이 익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어젯밤 차가운 날씨에 잠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곤란해 하던 그에게 신부님은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성당에서 하루 지낼 수 있게 배려해 주었었습니다.

“신부님, 이 남자가 성당의 은촛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수상해서 체포했습니다. 자기 말로는 신부님이 선물한 것이라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어디 있습니까?”

신부님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그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촛대만 가져간 겁니까? 제가 은쟁반도 같이 드렸을 텐데요. 당신은 이런 늙은 신부의 작은 호의에도 너무 미안해하는 착한 사람이군요.”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어준다.'라는 말은 `도저히 못 볼 수 없고 도저히 못 들을 수 없는 것을 사랑은 침묵으로, 완화 해석(mitigating explanation)으로, 용서로 덮어준다'는 의미라는 글을 최근 읽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인 `완화 해석', 글의 저자는 장발장의 절취를 정당한 습득으로 만들어 준 미리엘 신부의 `해석'에서 그 개념은 여실히 드러난다고 밝혔다.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곤경에서 구해내고 인격함양의 길로 이끌기 위하여 `완화 해석'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완화 해석'은 인간의 허다한 죄를 덮어주는 신의 `완화 해석'에 대한 반응으로서, 인간을 구원하는 신의 역사에 참여하는 행위다. 이러한 행위를 통하여 사랑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죄가 더 이상 죄로 인식되지 않게 되며 동시에 해석의 대상인 사랑받는 사람에게도 사랑이 있게 된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완화 해석은 사랑은 베푸는 쪽에서도 받는 쪽에서도 모두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므로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다.

선생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사랑해야 한다고 배운다. 가르치고 배우는 상황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 사랑이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 가르치고 배우는 자 그 당사자들은 사랑받을 만한 존재인가?

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 학생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향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낸다. 그러나 조금만 크고 나면 무조건적인 사랑은 자취를 감추고 선생 역시 자신의 학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사랑의 교실, 사랑의 학교라는 말이 유명무실하게 다가온다.

어디 학교뿐인가? 가정은 또 어떤가?

하지만 우리 안에 사랑이 있음은 분명하다. 학칙과 규정을 가장 너그럽게 적용함으로써 가능한 오래 참음으로 학생의 뉘우침을 기다리고, 도저히 못 볼 수 없고, 못 들을 수 없는 자녀의 부족함이 채워지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 자신이 그 오래 참음과 인내심의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역시 그 사랑 속에서 자라왔으니 말이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정이 예전 같지 않다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사랑을 확인하고, 확인받는 곳은 가정이다. 가정의 사랑이 학교로, 사회로 연장되고 확대되기를 소망해 본다.

*장발장 이야기는 https://blog.naver.com/aksm5382/221367831007의 블로그에서 인용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