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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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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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기업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이상한 그녀들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前 사무처장>

"처음엔 제가 미쳤는 줄 알았어요. 항상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고, 불안해서 진정도 안되고, 아이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아이한테 신경질적인 행동이 나도 모르게 나오고, 그리고 가슴이 진정되면 내가 무슨 짓을 했나. 내가 미쳤나 하는 생각만 들고요."

병명도 낯설다.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적응장애' 판정을 받은 여성노동자가 울먹이면서 했던 말이다.

그녀의 말을 더 들어보자. "내가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고, 그래서 처음엔 말도 못했어요.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더라고요. 우리 노동조합 사람들 다 그랬어요."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건 2002년. 그리고 공장안에는 새롭게 CCTV가 추가 설치되고 노동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맞춰 카메라는 움직였다. 구사대가 동원되고, 식당출입이 봉쇄되고, 직장 폐쇄조치가 이어졌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서야 다시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공장문이 열렸다. 그런데 공장문이 열렸다는 기쁨도 잠시, 이들을 반긴건 조합원들에 대한 집중적인 따돌림, 이른바 '왕따라인'이였다.

그뿐만이었나! 비조합원에게만 임금을 인상해주고 조합간부들을 거리로 내몰았다.(이들 해고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부터 모두 부당해고, 즉 원직복직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법원의 판결까지 거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2004년 회사측의 각별한 노조탄압에도 꿋꿋하게 버텨낸 13명의 조합원 전원이 사측의 감시, 차별, 부당해고 노조 탄압으로,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를 받기에 이른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이유는 대체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임금인상 요구나 과한 최소한 인간적 대우를 받고 싶다는 정도의 이유다. 그 임금인상 요구란 것도 살펴보면 근로기준법만 제대로 지켜져도 해소될 정도의 그런 요구다. 그러나 이런 소박한 기대는 꿈속에나 존재할 뿐, 이 회사의 노동조합을 유지했던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집단적으로 '정신병'만 얻고 말았다.

서울에 있던 그녀들이 지금 청주, 아니 오창에 와 있다. '하이텍 알씨디 코리아'라는 회사의 정문앞에 그녀들이 와 있다. 오늘로써 꼭 1주일째다. 그런데 그녀들은 낯선 타지라고 외지인 손님대접이 확실하다. 그 여성노동자들이 밤이슬 피할 천막한동 칠라하면 민중의 지팡이께선 여지없이 뜯어버린다. 장맛비, 뜨거운 햇살 피할 그늘막도 3일이 지나고서야 허락되었다. 회사 정문앞으로 갈라치면, 민중의 지팡이께선 한치의 여력도 허락하지 않는다. 완벽한 무관용이다.

그녀들이 틈만나면 청주대아주머니들 있는 곳으로 와서 힘내라고 하신다. 그녀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갑자기 본사가 충북으로 이전해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준다고, 뜬금없이 엄청난 액수의 장학금을 지역에 기부하는 훌룡한 기업으로만 알았던 그 기업에서 정신병까지 얻어가며 탄압받았던 노동자들의 존재자체도 몰랐던 우리가 너무 미안하다.

지역의 노동형제들! 오늘밤은 소주한병 사들고 오창으로 가 보는 건 어떨까! 큰 도움 못되더라도 그녀들의 말벗만 되어준다해도, 그녀들의 시름하나 덜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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