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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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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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 부정수급자 색출 작전
이 재 경 부장(천안)

충남의 A대학에 다니는 B군(20)은 요즘 큰 고민에 빠졌다.

소년가장인 그는 지난해 대학에 진학해 여름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근 자신이 사는 곳의 동사무소에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알고는 여행경비의 출처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100만원을 벌어 갔다온 것이라고 하면 그는 기초생활보장 관련 법규에 따라 그 70%에 해당하는 70만원을 토해내야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이다. 매달 정부로부터 동생과 함께 월 60여만원의 돈을 지원받고 있는 그로서는 여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주변에 물어보니 빠져나갈 방법은 생겼다.

여행 경비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준 것이라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사무소가 이 경우에도 준 사람이 누군지를 확인한다고 해 걱정이 태산이다.

또 다른 기초생활수급자인 홀로 사는 C할머니(70). 지난 겨울에 가까운 친척이 돈을 대줘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어렵게 살다 조금 형편이 나아진 그 친척은 고맙게도 올부터 두 달에 한 번 꼴로 10만원씩 용돈도 보내준다.

할머니도 최근 면사무소에서 해외여행을 갔다 온 사실을 알게 돼 돈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다행히 평생 처음으로 다녀온 여행이어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듯 싶다.

그러나 친척이 보내주는 10만원 때문에 골치다. 군청에서 금융계좌 조회를 통해 이 사실을 발견하면 그 돈을 '사적이전(私的移轉) 소득'으로 간주, 매달 받는 30여만원의 생계지원금을 이 액수만큼 줄여서 받게 된다. 이를 알게 된 할머니는 그 친척에게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거기에 돈을 부쳐서 찾아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른 바 차명 계좌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전국 지자체에 내려보낸 두 장 짜리 공문이 일선 사회복지사들을 정신없이 바쁘게 만들고 있다.

기초생활 부정수급자 색출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 공문엔 지난 1년간 해외 나들이를 한 2만여명의 기초생활수급자 명단이 첨부돼 있으며, 이를 토대로 일선 사회복지사들에게 여행경비의 출처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충남도의 경우 모두 1000여명,충북도는 1200여명에 이른다.

지침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방불케하는 조사를 벌여야 한다.

'체류비, 항공료 등 해외 여행경비의 수입원 및 부양의무자 등으로부터의 사적 이전 소득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 지침에 명시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회복지사들은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칠십 노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면전에서 여비의 출처를 물어야하고 제3자가 돈을 줬다고 하면 이를 증빙할 확인서에 그의 도장까지 받아야하는 지경이다.

"왜 갔다오셨죠", "돈은 어디서 마련했습니까", "여비 준 사람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확인해봐야 하니까요." 등 등,거의 '취조'수준의 말들을 쏟아내야 한다.

올 초에 강남구청의 모 국장급 인사의 장모가 6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의 생계지원비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엔 수억대 재산가가 버젓이 수급자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2년전 국감에선 100회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초생활수급자들이 100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보건복지부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해마다 말썽이 되고 있는 기초생활부정수급자들 때문에 일선 사회복지사들이 본연의 지원업무에서 벗어나 '수사관'이 되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족으로 우문(愚問) 하나! B군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 C할머니가 친척에게 받는 중산층 저녁 회식비 값에 불과한 10만원을 소득으로 간주해 환수하는 게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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