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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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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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친구
심 억 수(시인)

사람들은 누구나 친구가 있게 마련이다.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 청운의 꿈을 안고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 사회에서 사귀고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고 사귄 많은 친구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 많은 친구들 중에 서로의 마음을 다 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 아버지와 아들의 친구간에 우정을 확인하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너는 진정으로 친한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하자 아들은 "서너 명쯤 된다" 하였고, 아버지는 아들의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아들에게 돼지를 잡아서 멍석으로 말아 지게에 짊어지게 하고는 아들의 친구들에게 찾아갔다.

아들은 친구에게 "실수로 사람을 죽였으니 시체를 숨겨주고 도와 달라"고 하였지만, 아들의 친구들은 하나 같이 아들을 내쫓다시피 하고 대문을 걸어 잠그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친구는 "자네가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하였나"하며 시체를 자신의 집 뒤쪽에 숨겨 줄 양으로 앞장서 안내를 하였다. 이때 아버지는 친구에게 사실 이야기를 하고 "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해도 내 마음 같이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는 거라"며 아들에게 말하고는 지게에 지고 간 돼지로 동네잔치를 하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이해를 하지 못하여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건 친구보다는 아버지라는 생각을 하였으니,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웃음만 나온다.

초등학교 때의 내 생각이 그러해서일까 살아오면서 친구들에게 받기만 하고 내 마음을 다 주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밀려온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마음이 약해지고 고향친구가 생각이 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사소한 일에도 자주 화를 내며 왜 그리 편협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잘못한 일들 뿐이다. 이제라도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친구들에게 다가가야겠다. 그리고 물질이 아닌 마음만이라도 따뜻하게 베풀어 원만하지 못했던 내 성격을 다스리고 친구들을 위로하리라.

인도의 말에 "친구란 자기의 슬픔을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외롭고 괴로울 때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나를 달래줄 친구가 있는지, 내가 먼 길을 떠날 때 내 가족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의 친구는 있는지 지금 이 순간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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