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구나' 패밀리
`그랬구나' 패밀리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04.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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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5월은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로 불린다. 코로나19로 가족 모임은 줄었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오늘은 가족을 대할 때 따라 해보면 좋을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책 `그랬구나/김금향 글. 정진호 그림'은 제목에서부터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장 `그랬구나'가 제목이다. 표지에는 어린아이가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데, 실수를 하고 어쩔 줄 몰라 당황한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쨍그랑! 말썽이 난 소리에 놀라더라도 눈을 치켜뜨지 말아요. 그러면 말해 줄게요.

“아빠한테 빨리 물 갖다 주려다가 넘어졌어요.” “그랬구나.”

퉤! 음식물 뱉는 걸 보고 놀라더라도 소리치지 말아요, 그러면 말해 줄게요.

“딱딱한 달걀 껍데기를 씹었어요.” “그랬구나.”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아이가 부모에게, 상사가 부하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누나가 동생에게, 혼자라면 미안할 것도 비난받을 일도 아니겠지만 우리의 삶이 함께하는 것이기에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그랬구나'는 대화법에서 많이 추천하는 문장이다. 언어에도 온도가 있는데 `그랬구나'는 따뜻한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간혹 TV 속, 심리 프로그램에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가 마주 앉아 상담사가 시키는 대로 `그랬구나'를 따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수줍고 어색해 킥킥거리며 `그랬구나'를 하다 보면 경직된 얼굴들이 환하게 꽃이 피듯 밝아진다. `그랬구나'를 배운 부모와 부부들은 연신 `그랬구나'를 외친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는 적다고 소감을 전해 온다. 주문처럼 외우기만 해도 꼬였던 감정들이 술술 풀리면 좋을 텐데 말이다.

사실 `그랬구나'전에 먼저 일어나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전에 일어나야 할 것은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다음에 나는 `그랬구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질까. 그림책 `그랬구나'에서는 눈을 치켜뜨지 말고, 놀라지 말고, 손가락을 세우지 말고, 소리치지 말고, 다그치지 말라고 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볼 때, 기대한 바와 다른 결과를 마주할 때, 갑자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볼 때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이다. 실수가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수 뒤에 오는 감정이 부정적이지 않다면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도 가족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이해받고 수용 받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기 위해 가족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가족문화의 성숙도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2인 가족이든 대가족이든 가족 간의 소통은 개인의 심리적, 정서적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그랬구나 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럴 수 있었겠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을 시도하는 그랬구나 패밀리가 되어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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