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갈등 책임 정부에 있다
자치경찰제 갈등 책임 정부에 있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4.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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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오는 7월 시행될 자치경찰제 조례를 두고 충북도와 충북경찰의 갈등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도의회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첨예한 의견차이를 보였던 쟁점 중 하나였던 자치경찰의 사무 범위에 대한 내용은 양측이 합의점을 찾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자치경찰의 후생복지비 지원을 누가 하는 게 맞느냐다.

당초 정부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국가경찰과 완전히 분리된 자치경찰을 검토해 왔다.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을 분리해 시·도지사 밑에 자치경찰을 두자는 논의였다.

그러다 갑자기 자치경찰이 시·도지사 밑에서 지방경찰청장 밑에 부장을 두도록 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자치경찰의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의 신분도 국가경찰이고 하는 일에도 큰 변화는 없다. 결국 기존의 일부 조직에 `자치'자만 붙여놓은 `기형적인'자치경찰이 탄생하게 된 모양새다.

이는 경찰청이 자치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채 표준조례안를 만들어 시도에 시달하고 이를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자치단체들은 이를 두고 “국가경찰에 자치경찰 물감만 칠해 놓은 모양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는 없다”면서 `졸속' 추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문이 후생복지비 지원 문제다. `국가의 부담을 지방 자치단체에 넘겨서는 아니 된다. 국가는 기관의 운영과 관련된 비용을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방자치법이 지자체들이 반발하는 논리의 근거다.

따라서 자치경찰의 후생복지비를 국가가 자치단체에 떠넘기는 것은 법령위반이 되고 이를 조례로 만든다면 상위법 위반에 해당되는 `식물 조례'의 우려가 나온다.

충북도와 광주시, 제주도가 이 문제를 끝까지 따져 묻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시종 충북지사는 3선 제한 규정으로, 원희룡 제주지사는 스스로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행정안전부장관을 역임해 이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찰 표를 의식하지 않고 소신을 끝까지 펴려 한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경찰의 수직적 조직 특성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충북도와 충북경찰이 자치경찰제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자치경찰의 신분은 국가공무원이고 국가공무원에 대한 후생복지비는 국가가 부담하는 게 맞기 때문에 정부가 싸움의 대상이어야 한다.

이제 공은 충북도의회로 넘어갔다. 도가 제출한 조례안을 도의회 해당 상임위가 수정안을 만들어 의결하면서 본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도의회가 수정한 조례안은 지방자치법과 공무원후생복지규정,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주체이고 본질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를 수호하고 도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잘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자치경찰제의 법령과 제도에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곡간 문'을 열어야 할지 닫아둬야 할지 심도있는 토의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시점이다. 집행부와 충북경찰만 상대할 게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지역 민의를 대변할 일은 없는지 깊은 고민도 필요한 때다.

올해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 되는 해다. 자치행정, 자치교육에 이어 지방자치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는 만큼 졸속 추진을 경계하고 자치경찰제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만드는 지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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