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햇살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 승인 2021.04.28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임현택 괴산문인협회 지부장

 

물 비늘이 눈부시다. 쏟아지는 햇살이 물 위로 내려앉는 하천엔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여울목을 한참을 지나 물살이 세지 않은 냇가에 짧은 막대를 들고 서성이는 모습이 파리낚시를 하는 모양이다. 파리낚시는 계곡이나 도랑에서 미끼 없이 까만 털이 달린 가짜 미끼를 달아하는 낚시다. 가짜 파리가 달린 낚시를 여울에 닿을 듯, 말 듯 던져놓으면 물결 따라 파리가 움직여 물고기들이 덥석 물게 된다. 당연 손맛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여 인기 낚시 중 하나다.

도심 중앙을 유유히 흐르는 하천, 낚시를 한다는 것이 흥미로워 가까이 다가가 본다. 이미 그물망에는 피라미, 송사리들이 옹기종기 들어앉아 있고 그물망 주변엔 다슬기도 더러더러 보인다. 어항에 다슬기가 있으면 이끼가 끼지 않고 물이 정화된다. 이참에 다슬기를 잡을 요량으로 옷소매를 둥둥 걷어 올렸다. 나뭇가지에 온통 눈꽃이 핀 듯 만개했던 벚꽃이 다 떨어지고 연녹색 이파리가 일렁이는 봄날. 손이 시리도록 찬 개울물은 나태한 일상에 일침을 가하는 듯 냉기가 쫙 퍼진다.

겨우 다슬기 한 움큼을 잡은 발걸음이 바쁘다. 뿌옇게 된 어항의 구피를 대야로 옮겨놓고 부산스럽게 잔돌과 수초들을 정리하는 마음이 달뜨고 설렌다. 새끼손가락보다도 더 작은 구피, 치어는 모기 유충처럼 얼마나 작은지 눈에 띄지도 않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다슬기와 어항에서 활개칠 구피들을 상상하며 대야에 있던 치어들을 옮겼다.

아차! 순간 일이 일어났다. 구피들이 배를 하얗게 드러내고 둥둥 떠 있는 게 아닌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가슴이 널뛰고 손이 떨렸다. 그때야 구피가 열대어란 사실에 정신이 확 들었다. 발 빠르게 주전자에 물을 끓여 어항에 부었다. 물이 미지근해지자 기절하고 있던 구피가 서서히 꼬리를 흔들며 간신히 움직이고 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손이 떨리고 방망이질하던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질 않았다. 순간 방심했던 일이 얼마나 큰일을 가져 올 수 있는지 아찔했다. 새끼손가락보다 더 작은 관상용 열대어지만 그들의 생명도 우리와 똑같이 귀한 목숨 아닌가.

그러고 보면 자연스러운 것, 자연적이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간 사람들은 관상용으로 만들려고 인위적으로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인공 햇빛을 쏘이며 성장촉진과 억제를 마음대로 한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관상용 화초와 나무, 관상어, 반려동물 등에 대해 애정이란 이름으로 무언의 학대를 하는 건 아닌지 묵상에 잠긴다.

선조들은 자연을 이용하기보다 자연에서 삶을 접목하여 지혜롭게 활용했다. 이를테면 집을 지을 때도 자연지형에 맞춰 기단의 높낮이와 디딤돌로 수평을 잡으며 자연을 보호했다. 또한 그 옛날 연료인 나무를 땔감으로 할 때도 초목의 잎이 다 떨어진 뒤에야 도끼를 들고 산에 들어가게 하였다. 이것은 선조의 철저한 친자연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을 울안으로 들여오기보다 자연과 더불어 이기적인 마음보다 이타적인 배려로 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해가 까묵까묵 넘어가는 이 시각, 지금쯤이면 물 비늘도 은빛으로 갈아입고 있으리라. 자연보호가 별거겠는가. 하천에서 파리낚시를 하는 자체로 만으로도 자연을 덜 오염시키는 일 아닐까. 내 마음이 슬프면 새소리는 울고, 내 마음이 기쁘면 새소리가 노래로 들린다 했다. 오늘, 바람 그리고 봄볕이 머물던 자리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평온하고 따습게 가슴으로 밀고 들어온다. 볕 바른 봄날 바람처럼 햇살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