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는 동심의 세계로
오월에는 동심의 세계로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21.04.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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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나는 오래된 풍금(오르간)을 한 대 가지고 있다. 가끔 어린 시절 그리운 친구나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날 때 풍금으로 옛날 동요를 켜곤 한다.

풍금으로 동요를 연주하다 보면 봄이 가득해진 5월에 동네 어귀 들판에서 친구들과 쑥 뜯으며 밝게 웃던 아랫동네 쌍둥이 여자애들이 생각나 피식 웃게 되고, 어머니가 그리울 땐 `나뭇잎 배'를 부르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풍금과 함께 한참을 동요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상쾌감을 느끼곤 한다.

5월이 오면 어린이들과 부모님, 선생님 등 내게 다정했던 모든 사람들과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 그리곤 학교 운동장, 동네의 골목길, 나물 캐던 들판에서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반가운 기분이 든다.

동요란 아동 가요의 준말이다. 동요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어린이들의 생활 감정이나 심리를 나타낸 노랫말'혹은 더 간단히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로 적혀 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동요가 어린이들 입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던 언어였었다. 그때만 해도 어린이날 즈음이면 창작동요제가 유행이었고 TV에서도 동요 자랑 프로그램이 한창이던 때이다. 그 당시 청주만 해도 지방 KBS나 MBC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운영하며 동요 자랑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방송국마다 실내악단이 있어 MR이 아닌 실내악 반주에 맞추어 동요를 부르던 아이들의 노래가 있어서 지방이지만 방송국다운 면모도 보였던 거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방송국이나 초등학교 교정에서는 동요보다는 트로트의 구성지고 신나는 가요가 흘러나온다. 물론 트로트가 모두 나쁜 게 아니라 어린이의 정서에 맞지 않은 가사가 문제인 거 같다. 트로트 가사를 보면 사랑이나 계절의 아름다움에 대한 가사도 있지만 반면에 이별, 배신 등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수많은 노랫말들이 있다. 예를 들면`들어라 한잔의 술잔을', `어머님의 한숨' 등 어린이가 불러선 안 될 가사의 노래들을 어른들처럼 멋들어지게 목을 꺾어서 부르면 잘 부른다고 칭찬하며 난리들이다. 이처럼 어린이들이 퇴영적인 노래를 부르게 한다는 것이 어떤 교육적 효과를 미치는지에 대하여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어린 시절에 겪어야 할 정서를 느끼며 자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도 동요를 참 좋아한다. 옛날 교과서에 나오던 동요도 좋아하지만 최근에 좋아하는 동요는 `어느 봄날'이란 창작동요인데 고향 마을 돌배꽃 아래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낮 달, 그리고 구름과 바람을 노래하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로 어린 시절의 단꿈을 이야기한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이다. 이처럼 동요는 어린이에게는 꿈을, 나이가 지긋한 이에게는 아름답고 고운 정서를 많이 느끼면서 정겹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움과 아련함이 더하는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풍금으로 동요를 켜며 옛 친구들도 소환해 보고 그리운 어머니도 만나야겠다. 그리고 오늘 밤은 꿈속에서 신나는 동요를 부르며 노란 꽃 위에서 춤추는 나비를 쫓아다니거나, 잔디에 뒹굴며 동심의 세계로 푹 빠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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