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 `마당 정원 예원'
아름다운 집 `마당 정원 예원'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1.04.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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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아름다운 집, 마당 정원 예원

5월이면 우리 집 마당 정원은 정말 아름답다. 안젤라가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150여 종 넘는 꽃들이 자리를 잡고 시간과 계절에 따라 피어난다. 작년 봄에 심은 마당 잔디도 이제는 제법 푸르름을 뽐낸다. 부모님이 심은 나무들도 가지치기로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새로 심은 붉은 조팝나무, 소나무, 과일나무들도 뿌리를 튼튼히 내렸다. 남자들의 로망인 나만의 공간도 `여유당-餘裕堂'을 지어 해결했고, 안젤라의 작업공간인 유리온실도 만들었다. 이사 오기 전부터 있던 원두막도 다리를 잘라 낮추고 페인트를 칠해 감나무 옆으로 옮겨 놓았더니 나름 운치가 난다.

생활공간인 안채 이름은 안젤라 예명을 따라 `예원'이라고 붙였다. 지은 지 26년 지났고 부모님이 사셨던 집이다. 방 한 칸과 주방을 합쳐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벽지를 사용하지 않고 흰색 회벽으로 처리하였더니 단순하고 깔끔하다. 안주인의 손때가 묻은 식기와 추억이 가득한 오래된 소품들도 자리를 잡았다. 작은 벽난로도 있어 겨울이 따뜻하다. 집 전체 분위기가 프로방스 하다.

창문을 열고 나가면 테라스가 있다. 잠시 앉아 책을 읽거나 자연의 풍광, 마당 정원의 작은 꽃들을 볼 수 있다. 지나가던 이웃이 들려 차 한잔도 함께한다. 좋은 날씨에는 삼겹살도 굽고 소주잔도 기울인다. 그러나 이곳의 진정한 주인은 마당 고양이다. 새봄이, 가을이, 체리, 망고, 레몽이, 자몽이 이렇게 여섯 마리 고양이다. 처음부터 터 잡고 앉은 새봄이와 가을이가 새끼를 낳아 대가족을 이룬 것이다. 지금은 하나 둘 이웃집으로 살림을 나갔고 가끔 마실 만 온다. 테라스는 이제 애교 많은 레몽이가 주인이 되었다.

집 옆에는 밭이 있다. 전에는 동네 분들이 인삼 농사도 짓고 옥수수도 심어 먹었다. 작년에는 이웃에 사시는 `청암'께서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올봄에 정말 큰일(?)을 벌였다. 밭이 경사가 져서 보기도 안 좋고 농사짓기도 불편하여 평탄 작업을 한 것이다. 윗집의 `작은 안젤라와 다재-多才(재주가 많아서 붙여준 예명)'아우 부부가 허브 농사를 짓기로 하면서 시작한 일이다. 정말 감탄한 것은 넓은 밭에 모두 꽃을 심은 것이다. 작은 안젤라가 비닐하우스에서 씨를 파종하여 오랫동안 키운 만 오천 개의 꽃들을 모두 밭에 심었다. 긴 시간과 엄청난 정성이 필요한 힘든 일이다. 참으로 대단한 부부다. 이제 몇 주만 지나면 우리 밭은 아름다운 야생화 정원이 된다.

새로운 정원이 생기면서 더 자주 집과 밭을 오가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넘게 오가는 안젤라를 위해 다리와 디딤돌을 놓았다. 집 서쪽에 있는 꽃으로 된 다리라는 의미로 `서화교-西華橋'라고 이름을 붙였다. 다리 건너 옆으로 블루베리를 심고 밭에서 나온 돌로 경계석을 만들었다.

이렇게 시골살이 2년이 지나가고 있다.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노동이라 힘들었지만, 땀방울 이상의 소중한 가치가 있다. 안젤라의 정성으로 태어난 `아름다운 집, 마당 정원-예원'에 사람과 행복, 평화가 오래도록 함께 머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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