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줘!
지구를 지켜줘!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4.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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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우리 아이들의 하루는 책으로 마무리된다. 얼마 전 아이들을 위해 큰 맘 먹고 과학전집을 들였다. 아직 미취학 아동에게 벌써 과학이라는 교과목을 접하게 한다는 것이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몇 권 읽어 주다 보니 그런 걱정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점점 더 기세등등해져 가는 듯한 코로나19나 백신에 대하여 아이들 수준에서 어렵지 않게 다루고 있고, 환경오염에 대해 아이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아이가 가져온 책의 제목은 `지구를 지켜줘!'였다. 책의 내용은 예상대로 무분별한 소비로 인한 과도한 쓰레기가 발생시킨 환경오염에 대한 것이었다. 책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아이의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이내 아주 굳은 결심을 했다는 듯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선언을 한다. “엄마! 나는 이제부터 그림 그릴 때 앞면도 그리고 뒷면도 그릴 거야!”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하원하는 아이의 얼굴에 한없이 뿌듯한 표정이 번지더니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엄마! 내가 앞면도 그리고 뒷면도 그렸어. 이제 지구가 안 아프겠지?”

아이의 순수함과 착한 마음에 당장에라도 시름시름 앓던 지구가 벌떡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한 번쯤은 더 이상 쓰레기를 매립할 땅이 없고, 물질주의적인 현실이 결국엔 미세먼지와 코로나19 같은 화를 자초했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현재 마스크 지옥에서 자유롭게 숨 쉴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마스크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그 변화 중 선두에 서 있는 것이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또 한편 생각해보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 누리던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고 불편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도 아이의 모습을 보며 솔선수범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들(페트병을 버릴 땐 비닐 벗기기, 일회용 젓가락, 빨대, 숟가락, 접시 등등 최대한 안 쓰기, 깨끗한 비닐 선별해서 따로 모아 버리기, 우유곽은 헹군 후 말려서 버리기, 아이들 약병은 깨끗이 씻어서 소독해서 쓰기 등등)이 가끔은 족쇄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계속되는 환경파괴에 코로나19와 미세먼지보다 더 끔찍한 어떤 것이 나타나 나의 가족이, 나의 자녀가, 내가 사는 세상을 더더욱 암흑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서글프지만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지금 당장 출근길, 퇴근길, 혹은 여유시간에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고자 나서기 전에 내 손에 텀블러가 들려 있나 확인해보자. 또 페트병 버리기 전에 비닐을 뜯어 분리배출을 해보자. (요새는 비닐을 손쉽게 뜯으라고 뜯는 곳이 병 표면에 표시가 되어 있다.) 이런 실천들이 당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 않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그 한번이 우리의 지구를 지키는 크나큰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 걸음걸음들이 쌓여 마스크에 가려진 우리 아이들의 예쁜 코와 입을 집 밖에서도 마음껏 볼 수 있는 날이 다시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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