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마땅히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에겐 마땅히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1.04.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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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작년부터 청주시 고문변호사로 위촉되면서 처음으로 市를 대리한 사건이 신규로 폐기물 소각장 설치를 원하는 사업자의 개발계획을 막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폐기물 소각장이 유독 밀집한 청주시가 이미 다른 소각장 사업자와 진행 중인 소송을 알고 있었고, 이러한 송사(訟事)들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주시가 이미 전국 폐기물 소각량의 20%가량을 처리하고 있어 포화상태, 아니 과도초과상태인 소각장이 또 들어설 계획이라니 해당 지역의 반발은 당연히 드셌고, 市가 결국 사업계획을 불허하자 사업이 진행되면 가능할 상당한 개발이익을 포기할 리 없는 사업자는 사활을 걸고 소송 전에 돌입하였습니다.

코로나사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년 한겨울부터 소송이 시작되어 올해 4월에 이르러서야 재판이 종결되고 다음 달 말에 있을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는데, 市의 승소판결이 난다면 지역사회와 주민들, 승소판결을 간절히 기다린 제게 말할 수 없는 자긍심을 선사할 것입니다.

생활·산업·의료 폐기물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어디에서 재활용을 하던, 소각을 하던 처리를 해야 합니다. 딜레마입니다. 청주에 소각장이 안된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혐오시설을 피하고자 하는 지역이기주의일까요.

`허용할 수 있음에도 나만 아니면 돼'라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주에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청주만 아니면 다른 곳은 상관없어'라는 식의 의도는 아닐 것입니다.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라고 말하기에는 청주시민들이 너무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어떤 이익의 이면에 있는 불이익이나 피해를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함을 수인한도(受忍限度)라고 한다면 청주지역의 환경과 관련하여 청주시민의 수인한도는 이미 한참을 넘어섰다고 보입니다.

다행히도 청주시의 불허 조치에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 역시 보조를 맞추어, 소각장 설치 추진지역 인근에 다수의 유사시설이 존재하고 민감한 취약계층에게 유해한 건강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소각장 시설이 밀집한 북이면 지역의 집중된 암환자 발생으로 인한 건강영향평가가 소각장 시설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최초로 실시되고 있어, 장차 그 결과가 매우 유의미하다면 막대한 개발이익의 이면에 희생되는 지역의 쾌적한 환경 및 주민의 건강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과거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속리산 용화지구 문장대온천개발사업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환경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고 그 환경이익은 사업자나 행락객들이 가지는 영업상의 이익 또는 여가생활향유라는 이익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취지의 너무도 당연한 판단이 우리의 상식과 정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재현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마땅히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를 방해할 자격과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한 순리를 누구도 거스르지 않았으면 할 뿐입니다.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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