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인재육성
말로만 인재육성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4.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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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사람이 재산이다.

조직도 국가도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이 위협받으면서 정부가 인재 양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최근 정부 세종청사에서 제6차 사회관계장관회의 겸 제2차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를 개최하고 미래차와 바이오 헬스, 시스템 반도체 등 빅3·인공지능(AI)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2025년까지 7만명을 양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혁신공유대학 등 국고사업을 통해 학과·학교 간 장벽을 낮춰 전공에 관계없이 누구나 최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기업·기관이 제시한 과제를 학생·연구자 등이 해결하는 AI 경진대회 플랫폼 `한국형 캐글'을 구축해 실전형 인재를 양성한다.

또한 바이오헬스 분야는 특성화대학원 교육과정을 지원해 2545명을 육성하고 환경산업 분야는 녹색 융합기술 특성화대학원 52곳과 특성화고 5개교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말만 한다고 특화된 인재가 5년 안에 몇만명이 만들어질까?

그렇다면 총성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인재 전쟁, 기술전쟁을 국가 간 벌일 이유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7월 공개한 `과학기술과 ICT 정책·기술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18년 297억 달러에서 2023년 963억 달러로 성장(연평균 성장률 26.5%)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AI 시장 역시 2018년 2억8000달러에서 2023년 6억4000달러 규모로 연평균 17.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AI 인재 규모다. 세계 AI 시장에서 필요한 인재는 100만명이지만 전 세계 AI 인재 규모는 30만명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AI 인재는 20만명으로, 미국(2만8536명·13.9%), 중국(1만8232명·8.9%), 인도(1만7384명·8.5%) 등 상위 10개 국가에 60% 이상(13만 명)이 분포한다. 반면 한국은 2664명(1.3%)으로 세계 15위에 그쳤다.

국가별 AI 고급인력 수는 미국(1만295명), 중국(2525명), 유럽에 집중돼 있고 한국은 405명(1.8%)에 불과했다.

AI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미국은 2018년 대통령 산하 AI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다양한 인재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은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AI 핵심 산업 1조 위안, 연관 산업 10조 위안 규모의 시장 육성 추진을 공언했다. 앞서 중국은 2008년 세계적 수준의 해외 학자, 기업가, 전문 기술인재, 경영 인재 등을 영입하는 국가 프로젝트 천인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모든 국가가 인재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있는 인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국회 전혜숙 의원(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에게 제출한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대졸 이상 이공계 직종 해외 취업자 수는 3만9853명이었다. 2015년 2만3879명에 비해 60% 증가했다. 반면 이공계 외국인이 국내에 취업하는 비중은 2014년 4944명에서 2018년 4596명으로 줄었다.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2019 청년과학자의 현황 및 애로요인 분석'결과에 따르면 청년과학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요인으로 졸업 후 진로 불확실을 1위로 꼽았다.

주입식 교육 속에서 창의적 인재를 찾고 있는 정부가 먹고살 일을 걱정하는 청년과학자들의 한숨소리가 들릴 리 없다. 그러니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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