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과 구한의 종교 이야기
혼과 구한의 종교 이야기
  • 이창수 시인
  • 승인 2021.04.2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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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창수 시인
이창수 시인

 

지금은 볼 수 없지만 50년 전만 해도 사람이 죽으면 지붕에 올라가 망자의 저고리를 흔들며 복復∽복하여 혼을 부른 후 한식경이 지나 수세거두고 염습하든 우리 고유의 풍습이 있었다, 망자의 혼이 돌아오기를 비는 자손들의 간절한 마음을 보게 되는 것인데 세태가 물질문명에 따라 변질되어 혼 없이 사는 사람이 만아 그런지 이제는 다시보기 어려운 풍습이 되었다.
한국인은 그 뿌리를 구한九韓에 두고 있어 천신의 자손이다. 지금도 아기가 태어나면 산실에 삼신할미께 올리는 쌀밥과 멱국을 차려 놓고 아기를 점지하심과 무사 출산하게 하심을 을 감사드리며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빌었다. 삼신이 흠향한 그 밥과 국을 산모에게 먹여 삼신할미의 신명이 아기에게 전해지기를 비는 풍습이 남아 있으며, 단독주택에서는 문 앞에 검(神)토라 하여 황토를 펴고 외로 꼰 새끼줄에 아들이면 고추와 숫, 딸이면 숫과 청솔을 촘촘히 꽂아 대문을 가로질러쳐서 잡귀와 잡인의 출입을 금하여 집을 고요하게 하고 아기와 산모를 보호한다.
50년 전에는 봄에 아이들이 놀때 맹꽁이를 잡아 가지고 풀 대궁이나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톡톡 건드리면 맹꽁이가 전력을 다해 제 몸을 고무공같이 부풀려 대항하는데 그 모양새가 재미있어 여러 번 두들기면 맹꽁이는 힘이 다해서 죽는다.
이럴 때 어른들은 “얘들아 그 맹꽁이 죽이면 나중에 느덜 죽어 다시 태어날 때 사람으로 나지 못하고 맹꽁이로 태여 난다 죽이지 마라” 하여 생명의영원성과 인과응보의 원리를 가르쳤다. 모르고 하는 악행을 미연에 막아주고, 만물이 다 혼이 있고 업보에 따라 환생한다는 것이다.
혼魂을 자전에서 찾아보면 구름 운云자에 귀신귀鬼자가 붙어서 된 글자다, 굳이 풀이하면 귀신이 구름을 타면 혼이 된다는 말이다.
삼신을 천일天一이라 하고 삼신 중 인신이 으뜸이라 한 것은, 원동중의 ‘삼성기전하편’ 고기운故記云의 단군 주에 말하기를 “송아지는 황소의 새끼지만 송아지도 소요 황소도 소다, 이와 같이 한님의 아들인 선군의 피를 받은 우리 또한 한님이요 선군이다”라는 논리 때문이다.
진리는 이렇게 소박하고 단순한데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복잡한 도그마나 교리 속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말도 있다. “신을 외부에서 찾지마라 나에게는 육신의 나와 정신의 나, 두개의 나가 있다, 육신의 껍질을 벗으면 정신의 나가 드러난다. 구한의 신교는 이 육신의 껍질을 벗는 수업을 뜻한다. 교에는 지도자도 스승도 필요 없다. 내 속에 있는 한님을 내가 찾아내는 것이 곧 신앙이요 종교인 것이다.”
이렇게 구한의 신은 외부에서 인간을 통제하며 도와주는 다른 종교의 신과 달리 사람들 머리 꼭대기에 내려와 있는 내부의 신으로 ‘나’가 참 성품을 쌓아야 종교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물질문명의 중독으로 혼이 매말라 사람이 사람 말을 믿지 못하고 열집 사는 마을도 패가 갈려 이웃사촌이란 말이 없어지는 현실에서 단 한번이라도 뒤돌아보며,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람 틈에서 사람과 비비대며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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