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품행 허브 프로그램
영국의 품행 허브 프로그램
  •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 승인 2021.04.2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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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얼마 전 모 신문에서 <엄해지는 영국학교 “스마트폰 꺼라”-“진보 이념에 교실 붕괴“문제학교 정상화 나서...학업성적 향상 기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우리의 교육 현실과 너무 많은 부분이 오버랩 되었다. 기사에서 영국이라는 단어를 빼면 이 기사의 내용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영국은 1970년대 이후 진보적인 교육 이데올로기의 확산으로 규율이 실종되었고, 학생 중심의 학습 방법이 주류가 되면서 교사는 한걸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임이 밝혀졌다. 이처럼 지나치게 학생 중심으로 흐른 진보 교육 방식으로 인해 영국은 학교의 규율이 무너지게 되었고, 이것이 교실 붕괴와 학습환경 악화로 이어지게 되면서 학생들이 하루 1시간 1년에 최대 38일의 학습 시간을 잃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영국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품행 허브 프로그램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높이겠다는 목표하에 학교 내 질서와 규율을 바로 세우겠다는 정책 수립과 함께 수업 시간 때 정숙 유지, 교실 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지각·무단 결석 금지, 복도 내 좌측통행 등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품행 허브 프로그램은 이를 지속적으로 어기는 불량 학생들에게는 강력한 징계로서 정학과 퇴학을 고려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우리도 언제부터인가 진보 교육이 우리 교육의 주류가 되었고, 진보 교육자들이 말하는 진보 이념 교육이 뿌리를 내리면서 심각한 교실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이 있어도 깨울 수가 없다. 만약 깨우려 시도를 한다면 교사는 많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규율이 실종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품행을 지적하고 바르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교사도 조심스럽기만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학습환경 악화로 이어져 대다수의 많은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학교에서도 문제 있는 극소수의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조용하고 모범적인 대다수 학생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교육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교사들만 사명감을 갖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기 일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영국처럼 품행 개선 프로그램의 실시가 절실히 요구된다. 만약 시기를 놓친다면 그 피해는 오로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물론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좋은 게 좋은 거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나쁜 것도 좋다고 하고 넘어가면 결국 좋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면서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그냥 넘어간다면 이는 더 많은 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실의 상처를 건드리면 덧날 수도 있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과 아픔을 참아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처를 그냥 두면 아픔을 참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나중에 팔 하나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고, 심해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 조금 아프더라도 우리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통이 따르더라도 치료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더이상 상처로 아파하지 않을 수 있다.
교육이 무엇인가? 미성숙한 학생들을 성숙으로 이끄는 과정이다.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고 지켜만 보는 것은 참된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적 방임이고 포기이다. 하루속히 붕괴된 교실을, 무너진 학교 현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 모든 교육 주체에게 부탁드린다. 우리 모두 교육이 바로 선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해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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