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추천’이 범하는 우(愚)
‘깜깜이 추천’이 범하는 우(愚)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4.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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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하성진 취재팀(부장)

 

다음 달부터 시범 운영되는 충북 자치경찰을 진두지휘할 자치경찰위원회가 곧 꾸려진다.

자치경찰위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충북도지사가 지명하는 위원장 1명을 비롯해 도의회 2명, 국가경찰위원회와 도교육감이 각 1명씩 추천한다. 위원추천위원회에서 나머지 2명을 추천해 모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2급 상당의 정무직이다. 나머지 위원 6명 중 상임위원 1명도 뽑는다. 이 자리는 3급 상당이다. 도는 검증을 거쳐 이달 중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임명할 계획이다.

후보 절반 이상이 추천권자와 친소 및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인사들이다. 후보자 추천이 복수가 아닌 단수라는 점에서 결격 사유만 없다면 사실상 임명이 확실하다.

도는 추천 과정도, 후보 명단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충청타임즈 보도(4월15일자 1면)를 통해 후보들이 공개되자, 지역에서는 측근·보은 인사를 위한 `깜깜이 추천'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도는 후보자 개인 명예가 걸린 문제라 비공개가 합당하다고 말한다. 공개시 자칫 그들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바꿔말하면 추천된 후보 가운데 일부가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생긴다면 개인의 명예 실추보다도 충북 자치경찰위원회 추천 과정의 심각한 하자가 된다.

추천권자나 추천기관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충북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준다.

가설이지만 최종 임명을 앞두고 탈락하는 초유의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추천 후보들의 자격조건 등 `하드웨어'가 아닌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은 세평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검증도 필요하지 않았나 한다.

추천 과정과 명단을 공개해 언론·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다면 후보들의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정직과 도덕성도 담보됐을 테다.

하물며 중앙정부 등에서 인사를 앞두고 다양한 기관을 통해 임용 예정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의회의 석연치 않은 추천 과정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5개 상임위에서 후보 1명씩을 추천했는데, 무려 3개 상임위에서 추천된 경찰 총경 출신의 여성이 배제됐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지방선거에서 다득표로 배지를 거머쥔 도의회가 `다(多)추천' 결과를 무시한 처사로, 스스로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경찰위원회는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나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이 까닭에 엄격한 자격 심사와 업무수행 능력 검증은 필수다. 경찰 사무와 조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륜도 중요하다.

명분 없이 무조건 경찰 출신 몫을 안 주겠다는 편향적 태도를 버리고 `왜 경찰 출신이 필요한가'라는 시각에서 고민했어야 한다.

자치경찰 시행 후 경찰이 임의대로 그럴싸한 통계와 기준을 근거로 치안 정책을 수립할 경우 이론적 하자만 없다면 경찰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다.

정작 도민 체감도는 고려하지 않은 효과 없는 `맹탕 정책', 경찰만 편한 `조직 이기적 정책'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때 이론은 물론 실무에도 매우 능통한 치안 현장 전문가가 필요하다. 현미경 진단을 통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과감히 메스를 들어 도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늦더라도 엔진을 새로 갈아 끼우고 출발하는 게 혹여라도 있을 사고를 막는 가장 쉬운 대비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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