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승리와 프레임
선거 승리와 프레임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4.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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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캠프마다 전력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내 경선부터 본선 전략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흘러다닌다.

본격적인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대선이나 총선처럼 큰 이슈가 없는 지방선거는 `관료대 비관료' 프레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직자 출신 자치단체장은 풍부한 행정 경험과 안정적인 조직운영의 틀 속으로 상대 후보를 끌어들이려한다. 인지도가 낮은 비관료 출신들은 관료 출신들이 보여주지 못한 순발력, 추진력, 리더십 등에서의 차별화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경우가 그동안 지방선거의 양상이었다.

내년 지방선거도 이 구도로 갈 공산이 높아 보인다.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선거에서 나타나는 프레임은 매우 단순하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몇 가지 단어가 전부다. 상대 후보에 대한 불만을 프레임을 통해 나타내면 공감대를 넘어서 지지세를 결집하는 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

일단 하나의 프레임을 선점해 놓으면 상대 진영은 그 구도에 갇혀 쉽게 빠져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양한 프레임을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한다.

프레임이 극명하게 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인 1987년 대통령 선거다.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평화민주당의 김대중, 민주공화당의 김종필 등 1노3김이 맞붙은 당시 선거전에서 노태우 후보는 보통사람이란 슬로건으로 군부 출신의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군정종식이라는 프레임으로 맞불을 놨지만 결국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천안함 폭침 사건 2달여가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보수 정당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결과를 반대였다. 당시 민주당이 슬로건으로 내세운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프레임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안보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을 단순하게 표현하며 선거 판세를 역전시켰다.

후보들이 프레임 짜기에 골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나 자신에게 어떤 프레임을 씌우느냐, 프레임의 색이 선명할수록 인지도나 호감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조지레이코프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프레임은 우리 두뇌의 시냅시스에 자리잡고 있어서 한번 자리잡으면 왠만해서는 쫓아내기 힘들다고 했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 말을 듣고 무엇이 떠올랐을까. 아마도 코끼리가 떠올랐을 것이다. 말의 내용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코끼리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먼저 코끼리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끼리를 생각하지라고 할수록 머릿속에는 코끼리가 더욱 강하게 남는다고 한다.

프레임은 이처럼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 정부, 언론은 프레임을 먼저 손에 넣으려고 한다.

조지 레이코프는 정치란 결국 `프레임 전쟁'이라고 했다. 누가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하느냐의 문제라고도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기존 프레임을 바꾸지 않고 지키려는 속성이 있다. 이때 그 프레임이 틀렸다며 사실이나 진실을 나열해도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할수록 자꾸 코끼리가 생각나는 것처럼,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죠.

선거가 프레임 전쟁으로만 흐르면 국민들은 정치 혐오에 빠지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돼 정치력을 상실할 우려도 높다. 결국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의 향배를 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이를 이용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선거의 핵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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