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능행차가 그리워지는 날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그리워지는 날
  • 강대식 충북정론회 고문
  • 승인 2021.04.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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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식 충북정론회 고문
강대식 충북정론회 고문

 

아침 햇살이 부드러운 깃털처럼 곱다. 하늘도 미세먼지가 보이지 않아 청명하다. 주말이라 해도 코로나19 방역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명령 때문에 출사를 가지 못하니 뭔가 탈출구를 찾고 싶었다.

정원을 서성이다 갑자기 학소리 버드나무가 보고 싶어졌다. 집에서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기 때문에 편안한 복장에 장화를 챙겼다. 하얀 장화가 매끈하다. 집에서 이런저런 일을 할 때 장화보다 요긴한 신발이 없다. 풀과 진흙이어도 어디를 밟아도 불편함이 없는 것이 장화이다.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도 장화보다 편한 신발은 없을 것이다. 장화를 굳이 챙겨가는 이유는 학소리 버드나무 군락지 앞이 밭이기 때문에 질척거리는 밭두렁을 밟고 다녀야 해서다.

학소리 버드나무 군락지 아래에 차를 세우고 보니 지난번 왔을 때와는 주변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여기저기 제멋대로 자라나던 가시나무와 잡목들이 깨끗하게 잘라져 없어졌고, 나무 아래는 곡식을 심어도 될 만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특히 가뭄이 심할 때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하여 버드나무 몸통으로 길게 늘어져 있던 전깃줄도 사라졌다. 지난번 왔을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변해버린 버드나무 군락지는 가지마다 작은 잎새를 부풀리고 있었고 아침 동살에 맑고 연한 녹색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지난번 잠시 들렸다가 너무 버드나무 주변이 어수선하여 김규섭 오창읍장에게 민원성 청원을 했었다. 사진인에겐 전국적으로 명성이 있는 촬영장소이기도 한 버드나무 군락지 주변이 잡목과 주변의 농사용 도구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어 보기에 좋지 않으니 정비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두어 달이 흘렀다. 나도 자주 가보지 못해 잊고 있었는데 깔끔하게 정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를 듯 험악한 현실에서 이처럼 시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무원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정치란 무릇 국민들이 마음 편하고, 배 골치 않으면서 즐겁게 살도록 해 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전부이다. 누가 정권을 잡든 국민으로서는 독재자가 아니면 된다. 국민이 행복하게 여생을 살 수 있도록 해주면 그 사람이 진짜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정치인이 되는 데에는 그리 큰 이해관계나 명석한 두뇌나 세상을 모두 통찰할만한 식견이나 정파를 손아귀에 꼭 움켜쥘만한 힘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세상 전부를 움직이고 싶은 힘에 욕심을 내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일반 국민들의 소박한 생각을 읽어내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국민의 고통보다 집단의 이기주의와 정치적 소신만을 밀어붙이려는 사람들로 인해 국민이 피곤해 지고 경제가 파괴되어 되돌리기 어려워지며 합법을 가장한 논리에 억압받게 된다.

이제 그런 구시대적이고 자신의 식견이 세상의 전부인양 알량한 지식으로 세상을 흔들려는 정치인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국민의 작은 소리를 버리지 않고 경청하며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이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작지만 솔선수범하는 시민과 같이 생각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나가는 오창읍장과 같은 공무원이 많아지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능행차를 통해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고자 했던 정조대왕의 애민(愛民)정신과 여민동락(與民同樂)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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