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퇴사하고 있다
청년들이 퇴사하고 있다
  • 오정윤 청주시 청년정책담당관 주무관
  • 승인 2021.04.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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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오정윤 청주시 청년정책담당관 주무관
오정윤 청주시 청년정책담당관 주무관

 

얼마 전 지역 방송에서 `퇴사인(in)가요'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우리 지역 청년들의 직업에 대한 생각과 퇴사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아내 흥미 있게 다가왔다.

필자는 청주시에서 청년들의 취업률 제고를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사무가 청년에게 지속 가능한 지역 일자리를 발굴 지원해 중소기업의 구직난과 청년들의 취업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 기업을 선정하고 참여 청년을 연결해 인건비까지 지원해 주더라도 사업은 항상 난관에 봉착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끊임없이 중도 포기를 신청하는 청년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업무를 추진하는 내내 들었던 의문점이 청년이 왜 퇴사하는가(?)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를 제공했고, 근로계약서 준수 여부와 노사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했다. 그렇다면 급여도 복리후생도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청년들은 그 이유에 대해 명확히 소명하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 사유는 오로지 `개인 사정'이었고 늘 의문을 남긴 채 떠나갔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실마리가 얼마 전 시청한 이 한 편의 다큐에 담겨 있었다. 청년들의 직업?직장에 대한 생각과 기성세대의 기업문화가 세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결론이었다. 1980년대 생인 필자에게 좋은 직장은 높은 급여와 복리후생, 직업의 안정성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다큐에 출연한 1990년대 생들에게 좋은 직장이란 워라밸, 조직문화, 성취감이라는 더 이상적인 전제 조건들이 따라붙었다.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은 일할 곳이 없는 게 아니라 일하고 싶은 곳이 없다는 것이다.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거처럼 모든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결국 청년 취업률 제고를 위해서 선행돼야 할 것은 기업과 청년의 근로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는 데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은 더 이상 자신을 조직의 부품으로 소비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기업인은 근로자와 동반 성장을 목표로 파트너십을 가져야 하고, 기업의 이윤과 근로자의 행복 사이에서 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들은 퇴사하고 만다.

혹자는 미래에 많은 노동력이 로봇이나 AI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력 절감이 곧 기업의 이윤인 거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는 새로운 직업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1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끈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많은 방직공장의 근로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었지만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찾았고 다음 세대로 진화했다. 인류는 이미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제와 가상이 통합하고 제어하는 가상 물리 시스템 구축을 기반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들어섰다. 그에 발맞춰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고 빠르게 노동 인력이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근로 형태나 조직

문화는 새로운 시대의 근로자인 청년들에게는 더 이상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에서조차 다음 세대로의 진화가 필요해진 것이다. 어쩌면 청년이 퇴사한다는 것은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조직이라는 방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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