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
예견됐던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4.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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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예상보다 큰 민심이반에 정부·여당은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5월 2일 전당대회 때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민주당 2030 청년 의원들은 9일 4·7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 “그 원인은 저희들을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참패 원인으로 무공천 번복, 추미애·윤석열 갈등, 조국 수호, 내로남불 등을 지목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자아성찰이 무공천 번복이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시행하게 될 경우 선거구에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으로서 타 정당과의 선명성경쟁에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자못 참신한 규정이었다.

이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민주당 단체장에 의한 성비위문제로 치러지게 됐다. 당헌대로라면 무공천이 맞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말 `단,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와 `이번 보선의 경우 10월 31일~11월 1일 실시된 전당원투표(여론조사)로 갈음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의결하고, 공천을 강행했다.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선택이었다. 두 곳을 무공천으로 야당에게 내줬을 경우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이 저간에 깔린 결과다.

무공천 번복의 변도 “표로서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구태의연함이 그대로 답습됐다. 결국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바람(?)대로 표로서 민주당의 오만함을 심판했다.

민주당의 당헌을 지키지 않은 무공천번복은 이미 여러차례 자행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과 함께 치러진 천안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무공천약속을 깼다.

충남 천안에서는 지난 2019년 11월 14일 구본영 전 천안시장이 중도낙마했다. 그는 2014년 5월 지역 인사에게 후원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로 대법원에서 `벌금 800만원에 추징금 2000만원`을 최종 선고받아 시장직을 상실했다. 애초 구속기소됐던 구 전 시장은 보석허가를 받아 재판을 받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재판 일정이 잡혀 있던 구 전 시장을 당내 경선도 없이 전략공천했다. 결과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구속기소된 인물을 공천해 결국 보궐선거를 치르게 했다. 천안시민들은 보궐선거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박상돈 후보를 선택했다. 민주당의 오만함이 민심에 무릎꿇은 결과다.

민주당은 지난해 치러진 충북도의원 보은선거구 재선거에서 후보를 냈다. 이 재선거도 하유정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사전 선거 운동)이라는 민주당의 귀책사유가 있는 선거였다. 이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패했다.

역사나 과거의 사건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원칙을 지켰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비록 야당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내줬겠지만, 도덕적 우위는 분명히 선점했을 게 분명하다. 지는 게 이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의 원인은 그들이 얘기하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촉발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아니다.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된 질책이다. 예견된 참패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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