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가 있다
작은 학교가 있다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4.11 2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작은 학교가 있다. 한적한 동네에 조용히 자리 잡았지만, 오랜 역사를 넉넉히 품고 있는 학교. 알록달록한 겉모습이 아이들의 밝은 웃음을 그대로 표현한 듯, 햇빛을 받아 더욱 눈부시다. 정문을 조심스레 들어서면 커다란 은행나무 한그루가 넉넉한 풍채로 말을 건넨다. 어서 오라고 환영한다고.

한참을 은행나무와 눈맞춤을 하고 돌아서면 나란히, 나란히 촘촘하게 서 있는 벚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홀린 듯 발걸음을 옮기면 사랑하는 사람과 손 꼭 잡고 걷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아이들에게 한 번쯤은 보여주고 싶은 그림 같은 꽃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파란 하늘이 흩날리는 꽃잎들과 함께 나를 환영하는 느낌이다. 봄을 알려주는 느낌이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진짜 봄의 모습이, 그동안 너무 당연해서 귀한 줄 모르고 넘겼던 풍경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마음에 가득가득 들어찬다.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하다. 온전히 벚나무들에만 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끝에서는 구름을 딛고 하늘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파란 하늘에 온몸을 맡긴 채 두둥실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하늘이 예뻐서, 꽃길이 예뻐서, 바람에 흩날리는 꽃 비가 예뻐서, 지금 이 순간 이 길에 서 있는 내 기분이 예뻐서.'

항상 내 글과 함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우리 학교이름이다. `청안초등학교'이곳에 발령나기 전에는 우리 학교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하루 이틀 출근하다 보니 이제는 학교가 은은히 풍기는 매력에 취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학교를 중심으로 마치 학교를 품어주려는 듯이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나무와 청안 벚꽃길은 왜 이제야 알았을까, 결혼 전에 알았다면 웨딩사진을 이곳에서 찍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들 정도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벚꽃구경조차 조심스러운 봄이다. 나 역시도 학교에 근무하는 만큼 어린 두 아이가 있는 만큼 조심에 조심을 더해도 모자라지 않기에 벚꽃구경은 포기하고 있었다. 남들은 출근길에 길가에 만개한 벚꽃으로 허전함을 채운다고 하는데, 아직 초보운전 딱지를 떼지 못한 나는 앞에 신호등 보기도 바빠서 아쉬운 마음이 가슴 한가운데 뻥 뚫려 꽃샘추위 칼바람만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다른 지역 벚꽃 명소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청안 꽃길이 학교 코앞에 있었다. 서두의 글이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며, 한적한 청안 꽃길을 천천히 걸어보며 그날의 기분을 적어 본 것이다.

찬란한 햇살과 눈부신 꽃들조차 서글퍼지는 코로나19를 품은 봄이다. 백신접종이 시작된 만큼 올해 꼭 코로나가 종식되어 내년 봄에는 가족들끼리, 연인들끼리 마음껏 벚꽃구경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이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나는 내년 봄, 조금은 느지막이 피는 청안의 벚꽃을 보러 아이들과 소풍을 와야겠다. 돗자리 가지고, 도시락 챙겨서 꽃길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끝나는 길까지 천천히 걸어보고, 꽃을 배경으로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아이들의 마스크 없는 얼굴을 마음껏 사진 찍고, 지루하면 돗자리 깔고 그대로 누워서 맑은 하늘도 충분히 누려보고 싶다.

나는 아직 직접 보지 못했지만, 밤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더 매혹적으로 변한다는 청안 꽃길의 야경도 내년 봄에는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괴산에 오셨나요? 잠시 청안에 들려보세요. 잠시 들리려던 것이 30분이 되고 한 시간이 되는 마법을 경험하실 거예요. 그곳에는 평온하지만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작은 학교와, 수많은 벚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꽃길이 있거든요. 거기에 당신이 찾아오시니 아름다운 그림 한 편이 완성되었네요.”

“환영해요. 당신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