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의 역설 … 지나친 믿음 오히려 독
유기농의 역설 … 지나친 믿음 오히려 독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4.11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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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재배기법 중 하나 … 건강과는 별개
병충해 잔존 부작용 … 가짜 유기농 범람도

 

코로나19로 주목도가 올라간 유기농 식품이 무조건 몸에 좋다는 `맹목적 믿음'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식품 시장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으로 2018년보다 47.6% 증가했다. 업계에선 올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유기농, 건강에 좋다? … 재배기법 중 하나”

유기농이란 재배 과정에서 화학 비료나 화학 살충제 같은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자제하고 작물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유기농 식품이 더 건강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무조건 몸에 좋고 안전하다고 볼 순 없다.

임무혁 대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무조건 유기농은 사람 몸에 좋고 안전하다는 세간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유기농은 농약이나 비료를 적게 사용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친환경'에서 출발한 것으로 건강과는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승건 부산시 해운대구보건소 건강증진과장(외과 전문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고를 통해 유기농 식품은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유기농은 재배 기법의 하나일 뿐, 작물이 건강에 유익한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기농 식품과 그렇지 않은 식품의 영양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2011년 유기농 우유와 칼슘 강화우유 등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유기농 우유와 일반 우유의 칼슘, 비타민 함유량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화학비료 안 써도 식품 안전 보장 못해”

유기농 식품이 꼭 안전하다고 볼 수도 없다.

임 교수는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식품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병충해 방지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충이 생겨 다른 독성물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물에 농약이 조금 잔류해도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수치로 관리하기 때문에 건강에 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작물에 잔류한 농약보다 일상생활 속 커피, 소금, 고춧가루 등에 독성 물질이 많다”고 설명했다.

유기농 식품이 몸에 좋다는 믿음이 만연하면서 가짜 유기농이 범람하는 부작용도 야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유기농 농산물·식품 친환경 인증 마크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유기농 농산물과 식품에 대해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는데, 민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에 유기농 식품이 굉장히 많지만,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할 수 없는 작물들도 많다”며 “재배자의 양심에 맡길 수 있을 뿐 정부가 유기농 농산물과 식품을 보증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 유기농 쿠키보다 섬유질 풍부한 과일을

일각에선 유기농 식품이 몸에 좋다는 과도한 믿음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 과장은 쿠키가 먹고 싶을 때 유기농 표시가 있는 쿠키를 마음껏 먹으면서 이를 합리화 한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고, 건강을 생각한다면 유기농 쿠키보다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이 훨씬 낫다는 입장이다. 쿠키에는 트랜스지방과 당분이 적잖게 들어 있어 체중이나 혈당 조절이 필요하면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신 과장의 설명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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