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또는 혐오
차별 또는 혐오
  • 공진희 기자
  • 승인 2021.04.06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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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그 원인을 아시안으로 돌리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혐오 반응은 더욱 커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2명의 동양인이 흑인 남성에게 잔혹하게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9일 뉴욕 맨해튼에서 거구의 흑인 남성이 동양인 여성이 실신했는데도 계속 짓밟았다. 그는 충격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의 머리를 다시 세 차례 강하게 발로 내리찍었다.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흑인 남성이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남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동영상도 이날 공개됐다.

뉴욕경찰국(NYPD)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한 흑인 남성이 아시아인 남성을 구석으로 몰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목을 조른 뒤 피해자가 실신해 쓰러지자 지하철에서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지켜보던 승객들은 어느 한 명도 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심지어 폭행이 이뤄지는 중간 중간 환호성 섞인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승객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의 한인 편의점에 난입한 20대 흑인이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쇠막대기로 가게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체포됐다.

또 지난해 11월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길을 가던 한국계 부부를 폭행한 뒤 이를 찍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린 10대 청소년이 넉 달 만에 체포됐다.

아시아인 증오범죄가 잇따르자 미국 사회 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인 증오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돕는 프로그램에 4950만 달러(약56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40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 세계로 퍼진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운동 당시에는 많은 동양인들도 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흑인인권 운동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오랜시간 차별을 받고 증오범죄 피해자였던 흑인들마저도 아시아인 증오범죄에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최근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아시안 혐오 범죄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3월 30일 공식 트위터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고 전했다.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우리는 똑같은 색의 피를 가지고 있다. 차별을 멈춰라'며 `모두에게 사랑과 평화를'이라고 호소했다.

이제 시선을 우리 사회로 돌려 보자.

2011년 형사정책연구원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혐오범죄 피해 실태를 조사했는데 폭행당한 경험이 1.1%, 위협이 2.4%, 성폭행을 당했거나 당할 뻔한 경험이 1.7%, 소유물을 파손당하거나 당할 뻔한 경험이 0.6%, 물건이나 돈을 빼앗기거나 빼앗길 뻔한 경험이 2.5%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도 혐오범죄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근거들이다.

피부색으로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람은 자신이 내세울 만한 것이라고는 피부색밖에 없는, 비뚤어진 열등감에 빠져 있는 부류에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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