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과 청주의 학생들
4·19혁명과 청주의 학생들
  •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 승인 2021.04.05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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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김명철 청주 봉명고 교장

 

4·19는 이승만 독재 정권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에서 비롯됐으며, 그 정점에는 역사적 소명감과 정의감에 불타는 학생들이 존재했다. 그러므로 12년 철권 독재 이승만 정권 타도는 젊은 피와 맞바꾼 셈이다. 4.19는 분명한 혁명이다. 왜냐하면 온 국민이 평화적으로 참가했으며, 이후 한국 현대사의 모든 부분을 변화시키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4·19의 시발점은 3월 15일 마산 시위였다. 마산에서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이뤄졌으나 정치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많은 학생이 다치게 되었다. 특히 김주열군의 사망으로 더이상 평화적인 국민의 의사 표현이나 합법적 절차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 학생들이 분연히 일어난 것이 4·19 혁명이다.

그러면 4·19혁명 5대 진원지인 청주지역에서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3·15선거의 공명선거를 외치는 학생들의 데모가 3월 12일 야간을 기해 일어나려다 좌절된 것이 시위의 시작이었다. 뜻있는 학생들이 시국에 대한 염려와 정부통령 선거의 문제점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3월 13일 자유당의 협박과 금력과 권력을 이용한 조직적인 지지 데모가 일어나자 청주 지역의 학교 대표들이 분개해 모이게 되었다. 학교 대표 13명이 학교 근처 하숙집에서 모여 4월 14일 부정선거 규탄 데모를 강행하기로 결정하고, 4월 13일 밤 시내에서 전단을 준비했다. 이들은 준비한 전단을 빈 도시락에 넣고 14일 오전 9시를 기해 거사하려 했지만 정보를 알게 된 경찰의 급습으로 모든 자료를 압수당하고 13명 대표는 모두 검거됐다. 13명의 대표는 경찰에 연행돼 고문을 받고 각서를 쓴 후 시내 모처의 여관으로 구금됐다가 하루가 지난 뒤에야 석방됐다.

학교로 돌아온 이들은 재궐기를 준비하던 중 마산에서 제2의 시위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동요하기 시작했고 4월 18일 청주지역의 모든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총궐기해 시내 도처에서 경찰과 정면충돌해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도청 앞에서의 학생 시위대는 격렬하여 수많은 학생이 부상당했다.

학생들은 더 이상의 피해와 체포를 막기 위해 오후 2시30분쯤, 일단 해산하는 것처럼 했다가 시민과 합세해 청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당산으로 올라가 우암산 계곡에서 시위대의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 후 당산에서 내려가서 청주여고(지금의 상당공원) 앞에서 모인 후 시내를 통과하려고 했으나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진압당하고 주동자들은 체포되고 시위대는 해산됐다. 하루가 지난 후 4월 19일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내려지고, 4월26일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성명으로 정국이 안정되자 청주의 학생들도 학교 내외의 질서 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며, 학업에 전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우리는 광복과 더불어 서구에서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이를 그대로 모방하거나 이식만 하면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값없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그러한 고통을 수반함으로써 진정으로 토착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각성에 따른 투쟁이 바로 4·19혁명이며 우리 고장 청주에서도 역사적 소명 앞에 학생들의 피와 눈물로 불일 듯 일어났던 것이다.

4·19 정신을 새롭게 계승하고, 새로운 역사를 밝혀 나가야 할 소명을 가르쳐주기 위해 청주시와 충북도, 충북도교육청이 뜻을 모아 상당공원에 `충북 4·19 학생혁명 기념탑'을 세웠다. 학생들이 자유, 민주, 정의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태극기 등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장면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끝없이 하늘로 향하는 민주주의 정신을 표현한 이 탑을 배경으로 푸르른 4월의 하늘과 더불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서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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