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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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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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의 생명과 평화를 위하여
박 창 재 정책팀장 <충북환경운동연합>

선견지명이 있었을까. 중앙분리대에 나무가 자라게 했던 것이다.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일부러 심은 것인지, 아니면 도로를 확장하면서 우연히 자리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간에 빨리 자라는 플라타너스는 아름드리가 되었고, 중앙분리대와 어우러져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터널이 만들어진 것이다. 청주로 들어오는 관문 5km에 걸쳐 펼쳐진 플라타너스 1500그루의 가로수터널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청주의 대표적인 상징물 가로수길. 여기에 매료되어 청주사람이 된 분도 있다. 조상이 물려준 유산이다. 우리에게 있어서나 미래세대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청주의 상징인 플라타너스가 죽어가고 있다.

1500그루의 플라타너스는 인간의 편리와 이기에 의해 베어져 지금은 1088그루만이 남아 있다. 5km나 길게 늘어선 가로수터널은 중간 중간 끊겨져 있는데다 그 길이도 4km여 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 플라타너스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나무의 밑동은 썩어가고 있다. 매일같이 뿜어내는 매연과 소음에 시달려 수명을 다하고 있다. 겉은 멀쩡해보이지만 속은 중병에 걸려있다. 터가 좁아 수분과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다. 아스팔트에 뒤덮여 뿌리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땅은 단단히 굳어져 나무의 생장을 더욱 어렵게하고 있다. 가로수길은 죽음의 공간이다. 원래 충해에 약한 플라타너스인데다 생육환경이 열악하다보니 면역력도 약해졌다. 해마다 10차례 정도 약을 치고, 가끔 뿌리수술도 해야한다. 새들도 날아들지 않고 개미 한 마리 보기 힘든 황폐화된 공간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가로수길은 자동차가 주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로수길을 죽음의 공간에서 생명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한다.

그래서 청주시는 지난 7년간의 논의와 의견수렴 끝에 시민적 합의를 도출했다. 바로 도로확장을 하면서 고사위기에 처한 플라타너스를 살리기 위해 생육환경을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가득 차 있던 자동차를 바깥으로 빼 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6차로로 양옆으로 확장하고 차량속도를 오히려 60kmh로 제한하기로 했다. 한가운데 4차로는 중앙분리대이자 숲인 동시에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얼마나 획기적인 계획인가.

이에 대해서 시민사회는 안전대책 등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경관숲이자 녹도 그리고 가로공원으로 만들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지금은 어떠한가. 가로수길이 최대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절차적 당위성을 무시하고, 지역사회의 합의를 저버린 채 정치적인 판단으로 그것도 졸속으로 개악수준의 계획으로 뒤바꿔버린 것이다. 대통령 아니 그 이상의 누구라도 청주의 상징인 이 곳을 함부로 망칠 수는 없다. 청주시는 다시 의견을 모으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적인 모델을 만드느냐 아니면 3류의 볼품없는 길로 전락시키느냐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세계적으로도 칭송받는 감동적인 길이 되기 위해서는 가로수길의 한가운데를 푸른숲으로 복원해야 한다. 그래서 가로수길이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온갖 생물들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생명력있는 길로 태어나게 해야 한다. 삭막한 도시에 자연을 들여오는 그린웨이(green way)의 사작점이 되어야 한다. 청주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맑은고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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