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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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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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의 심상정 의원 보이콧
한 인 섭<사회문화체육부장>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학생 초청으로 청주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려다 무산된 것이 발단이 돼 최근 맞고소로 확산된 일은 '대학의 존재와 역할이 뭐냐'는 원론적 접근을 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측에 의한 학생들의 초청강연 무산은 '87년 6·10 사태' 이전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흔치 않았던 일이어서 그 자체가 '흥미로운 뉴스'이자 '우스꽝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질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의 발단은 이 대학 신문방송학과 '언론비평 연구회' 학생들이 지난 5일 심상정 의원을 초청해 'FTA 관련 강좌'를 추진한 것이었다. 그런데 행사 3일전 학과장에게 불려갔던 학생들은 행사 현수막을 자진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강연 주제를 '비정규직 문제'로 바꾸려던 학생들은 학교 고위 관계자들에게 불려가 '신청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강의실을 내줄 수 없다는 꾸지람과 함께 '모종의 압력'을 받고, 일을 접었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되자 민주노동당 충북도당이 행사를 주관하겠다며 부랴부랴 대학에 공문을 보냈으나 정당과 종교단체에는 '불가'하다는 입장 탓에 결국 강연은 무산됐다.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던 기자회견도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에게 밀려 교문 밖에서 했고, 참여했던 인사들은 업무방해로 고소를 당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대학총장의 조직적인 지시로 정당활동 방해 사태가 벌어졌다며 검찰에 고소해 '초청강연 공방'은 캠퍼스를 떠나 검찰로 넘어갔다.

학교 측은 이번 일에 대해 일을 추진한 학생들의 '절차적 하자'를 범했고, 정당 역시 학교가 시설을 내줄 만한 기준에 맞지않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명사 초청강연이 여러차례 열렸고, 손학규, 정동영 등 정치인들의 강연은 무시로 있었다는 사실은 얼마든지 확인돼 해명은 궁색해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당이 가세하면서 일이 더 커진 측면도 있어 보이지만, '행정상의 하자'였든 '조직적 압력'이었든 우선 학생들의 초청강연이 무산된 것은 '애들 손목 비틀기'처럼 비춰져 보기에 안좋다.

사실 초청강연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 대학이 정권을 대신해 학생활동을 통제하던 시절에도 넉넉히 인정됐던 분야였다.

당시에도 강연 내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내로라하는 재야인사나 '찍힌 교수'들도 학내에서는 얼마든지 '목청'을 높일 수 있었다. 사정이 전혀 딴판인 요즘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편협함과 '알레르기'를 드러낸 사건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이 대학의 경우 청소 용역을 둘러싸고 공공서비스 노조측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고, 노동계·진보정당이 '원군'으로 나선 역학관계도 적잖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을 것 같다.

노조원들의 불편한 요구가 거슬리는 판인데 가뜩이나 학생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강연 주제로 삼아 감정이 더 상했고, 아예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한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느 기업에서 이런 류의 갈등구조가 있었고, 응징이 뒤따랐다면 '자본의 타성'이려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은 여전히 '대학'이다. 정치적 견해를 받아들이기 곤란하더라도, 다소 곤혹스런 내부 사정이 있더라도 이런 류의 행사나 활동은 포용해야했던 것이 타당했을 것 같다. 행정 절차나 내용상의 하자가 있었다는 식으로 학생들을 꾸짖으며 궁색함을 면하려는 모습 역시 대학이나 교수들이 갖춰야할 위상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민노당의 주장처럼 대학 최고 책임자의 판단과 지시로 이번 일이 발단이 됐고,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면 더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맞고소 사태를 관심있게 지켜본 이들은 개교 60년을 맞았다는 이 대학이 이번 일로 '협량(狹量)'한 선택을 끝냈으면 하는 바람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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