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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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6.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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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소주파티
이 인 선<민주노동당 충북도당 사무처장>

소주잔을 부딪히며 투쟁이라고 건배를 한다. 성큼 다가온 여름의 더위보다 더 뜨거웠던 정오 투쟁의 무용담을 안주삼아 맑은 물을 마신다.

몸은 피곤하고 소리높여 외치는 투쟁가 속에 불안과 기대가 60해를 넘은 혈관을 긴장시킨다. 상상이나 해봤을까. 환갑이 지난 어느 여름날, 대학교의 돌침대위에서 투쟁을 외치며 붉은 띠 두르고 노동해방을 이야기할 줄이야.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를 이야기하고 "비정규직철폐, 고용보장, 노동조합인정해라"는 구호를 외치는 건 빨갱이들이나 하는 나라를 말아먹는 놈들이나 하는 일인 줄 알았던 6·25 반공세대 여인들….

예전이면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이라며 어린 연사들의 고사리같은 주먹을 흔드는 반공웅변대회가 열렸을 6월 25일, 청주대학교 청소아주머니들은 딱딱한 콘크리트 돌침대에서 7일째 잠을 자며 농성중이다.

또, 꼭 1주일이면 비정규법안이 발효된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이라면서 이목희 의원이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면서 보호법안을 제정하지않고 반대만한다…"고 강변하던 비정규보호법안이 시행되기 1주일 전인 지금, 수많은 사업장에서 해고가 진행되고 있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등 고용안정의 정규직이 사라지고 있다.

충북통계사무소에서 발표된 것만 해도 일용직 임시직이 전체 임금노동자중의 48.65%이다.

이수치는 2007년 4월기준이며 그 전월과 비교하여 증가추세를 달리고 있다. 즉, 정부의 기간제법관련시행령이 '기간제(임시직, 계약직)사용사유제한'을 포함시키지않고 2년이라는 기간만 정해 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일용직, 임시직이라는 이름의 고용형태는 실상은 상시적인 필수업무인데도 사용사유제한이 없기 때문에 마음놓고 확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파견대상업무를 기존의 138개에서 2개를 삭제하고 60개를 추가해 총 197개업무를 확대했다.

이로인해 450만명이 파견법대상이다. 또한, 현행법에서는 그나마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의제규정이 있었는데, 7월1일부터 발효되는 파견법은 이를 삭제하고 위반해도 3000만원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되는 노력의무만을 규정했다. 그런데도 경총은 부족하단다.

경영효율화와 투자수익률속에 인건비는 감액대상인 수익률상승을 위한 숫자에 불과하다. 그안의 사람이 없다. 최근, 법원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에게 놀라운 사실을 하나 들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인건비가 아니라 재료비항목'이라는 것, 노동자들이 어렵사리 입수한 예산서에 아무리 찾아봐도 자신들의 인건비항목이 없어서 담당공무원에게 물어봤더니, 재료비에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그 비정규노동자들, 최저임금법에도 맞지않는 저임금도 반말지껄이하는 관료들의 태도도 '재료'로 취급받았다는 분노보다 더하진 않았다고 한다. 이게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운동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그렇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투쟁'을 외치며 딱딱한 콘크리트바닥에서 땀에 쩔은 옷을 입은 채 새우잠을 자지만 '우리는 동지, 당당한 노동자'라는 일체감,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확인하는 뿌듯함이 차가운 돌베개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청주대학교 총장실 앞 차가운 복도위에서 잠든 자랑스런 우리 어머니, 언니들에게 비정규개악법 폐기하고 최저임금 93만 생활임금법제화 승리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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