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의 정치학
막말의 정치학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1.04.01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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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국민의 귀가 피곤하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막말 홍수 때문이다. 막말은 꼭 듣기에 상스러운 말이나 비속어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딴판인 현실인식을 말로 옮기거나 안하무인식 발언들을 포함한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당리당략을 좇아 상대 정치인이나 특정 지역민을 인신공격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선거 때만 되면 그 수위가 더욱 세진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랑구의 한 시장에서 진행된 박영선 후보 지원유세에서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인가 아닌가. 쓰레기다”라고 발언했다. 윤 의원은 “4월 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막말은 여당에서만 나온게 아니다. 오세훈 후보는 지난 2019년 10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한 것을 겨냥, “중증 치매 환자 넋두리 같은 소리”라고 비난한 말이 다시 회자되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달 27일 유세에서는 문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 `대역죄인'에 빗댔다. 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을 `실정과 무능의 대명사', `반통합 분열의 독재자'라고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선거의 계절이 왔음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사실 정치인들의 막말은 하루 이틀 있어 온 건 아니지만 올해 유독 그 양태가 심해 보인다. 대선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막말은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를 만큼 도를 넘어서고 있다.

말 한마디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링컨은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한 “나라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를 묻기 전에 먼저 자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라”의 연설로 시대를 관통하고 대중을 움직인 대표적인 명연설로 아직 남아 있다.

정치인들이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권력은 분노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이 어떤 정당에 더 분노를 느끼느냐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막말은 분노 유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권의 막말은 대체로 선거 1년 전부터 예열하기 시작한다.

지금의 우리 정치권에서 품격은커녕 대중의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말만 난무하는 것은 당장의 서울·부산시장 재보선도 겨냥하지만 내년 대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언어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정치의 말은 강렬하고 뜨거울수록 다다익선이다. 공존과 상생보다는 적의와 적대가 중핵으로 자리한 정치에서 소위 `막말'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치인의 막말은 대중의 이목을 끌려는 영웅주의, 자기 존재 가치 부각,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된다. 비난이야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것이고 인지도만 상승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제 노이즈마케팅 감별법을 국민들도 다 안다. 막말 뒤에 가려진 진실과 사실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을 정치인들만 모르는 모양이다.

정치인의 말은 신념이 담기지 않은 경우는 있어도 뚜렷한 정치적 목적 없이 발화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진실과 사실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막말이 난무할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황폐화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막말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국민이 현명해져야 한다. 정치권은 막말을 끌 낼 의사가 없는 듯하니 막말의 포연 속에서 진실과 사실을 가려낼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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