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문 앞에서
삐걱거리는 문 앞에서
  • 한기연 수필가
  • 승인 2021.04.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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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봄이 되면 동면에서 깨어나는 동물처럼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지난 일 년 보다는 더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노곤해진 몸을 일으켜 세운다. 마른 가지에 움이 트고 꽃망울이 피는 모습을 세심히 지켜본다.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번지고 꽃잎이 나뭇가지를 뒤덮는 광경이 경이롭다. 해마다 이맘때면 보던 풍경인데 어느 때보다 더 반갑고 설렌다.

새해 첫 날 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3월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의도치 않은 휴식기를 보내고 아이들과 만난 순간은 `살아 있음' 그 자체였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듯 이십여 년 전 새내기 강사의 초심과 열정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들과 하는 수업은 전보다 배로 힘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이라는 걸 알기에 기분 좋았다. 예전보다 더 열심히 준비를 하고 수업에 임했다.

벌써부터 4차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플러스'에 촉수를 세웠다. 수업을 시작한 것과 달리 아직은 수입이 없어서 지원금이 논의되면서부터 관심을 두었다. 소상공인에게 주는 3차 재난지원금을 받았었기에 당연히 될 줄 알고 그 돈의 쓰임새까지 생각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해당일이 돼도 안내 문자가 오지 않았다. 같은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선생님과 여러 번 통화 끝에 가까운 고용복지센터에 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관련 기관 전화는 통화가 하늘의 별따기라 직접 가서 상담하는 게 더 빨랐다.

업무 시간보다 일찍 센터에 갔다. 그런데 그 곳은 `특수고용․프리랜서'지원 기관이고 소상공인 지원은 다른 곳이란다. 선생님과 아침부터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면서 지원금을 받아 보니 더 받고 싶다며 웃었다. 이번 지원금의 대상과 금액이 늘어났지만 선정 기준의 논란은 여전히 시끄럽다. 선생님 말처럼 받아도 불만이고 안 받아도 불만인 이들의 소리도 보태지고 있다. 작년에 프리랜서 지원금을 신청할 때도 아는 선생님은 실제 대상이 되는데도 서류를 갖추다가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작년에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들어오면서 순조롭게 일이 풀렸다. 올해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게 됐으니 작년보다 나은 편인데 심란하다. 계약을 앞두고 강좌가 개설 되지 않는 경우와 일정이 맞지 않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등 어긋나는 일이 많았다. 이번 4차 재난지원금도 생각해보니 부가가치세 신고 때 매출액이 문제였다. 일이 자꾸만 꼬이는 것 같아 고민 끝에 `삼재'에 생각이 닿았다. 검색해 보니 나가는 삼재에 해당하는 닭띠이다. 말도 안 되지만 잡념이 끊이지 않고, 자신을 질책하면서 불면의 밤이 지속됐다. 왜 이렇게 조급해졌을까? 돈을 좇는 모습이 보인다. 주변인과 내 삶을 비교하고 가치 기준의 중심을 돈에 두면서 정신은 피폐해졌다. 나를 다스릴 것이 필요했다. 고대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노자'가 궁중 생활이 싫어 유랑 길을 떠나며 쓴 도덕경의 한 구절이 위로를 해 준다. 인간 관계론을 정리해 놓은 부분 중에서 `돈에 집착하지 말라'이다. 거기에는 `돈은 인생의 윤활유로서는 필요한 것이 맞다. 그러나 돈에 집착하여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라고 쓰여 있다. 몇 번을 곱씹어 읽으면서 `인생의 윤활유'라는 말을 마음에 새긴다.

인생의 윤활유로 과연 무엇을 택할 것인가? 물질을 염두에 두고 `삼재'까지 거론하며 탓을 한다. 애면글면 돈을 좇다 보니 상처만 깊어졌다.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과 일상의 소중함을 저장해 두어야겠다. 삶이 삐걱일 때마다 덧칠해서 흔들리지 않으리라. 꽃잎이 널브러진 길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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